[팩트체크] '고소득' 맞벌이 부부, 대출 없이 전세 가능?

가구소득 7천만원 이상 맞벌이 부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 논란
상대적 고소득이나 자산은 전세가에 못미쳐…"모든 길이 막힌 느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전세보증상품 이용 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로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전세보증상품 이용 자격을 무주택자나 1주택자로 제한하는 데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소득 기준을 연 7천만원 이하로 정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은 신혼 맞벌이부부는 8천500만원, 1자녀 가구는 8천만원, 2자녀 9천만원, 3자녀 1억원 이하로 차등 적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 포털 게재 기사에는 2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중 대다수는 "전세 대출을 막아버리면 월세로 가라는 것이냐. 그러면서 출산 안 한다고 난리다. 탁상행정이다" "가진 게 없어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고 대기업 취직해서 결혼하고 애 낳고 대출 좀 받아서 집 사보려 했지만 집값이 올라 살 수가 없다. 전세자금대출도 못 받게 하니 이제 지금 사는 곳에서도 살 수가 없어서 외곽으로 가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대출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부 합산 소득액이 연 7천만원을 넘는 경우 상대적으로 고소득 가구로 분류되는 게 사실이다.

통계청이 2016년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가구당 평균소득은 5천10만원, 중위소득은 4천40만원이다.

7천만원이 넘는 가구는 1억원 이상 10.1%를 포함해 23.4%이다.

이중 전세자금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30∼40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구소득 7천만원∼1억원 구간에서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경우가 19.2%로 가장 많고 30대도 15.3%로 적지 않다. 1억원을 넘어서는 구간에서는 40대와 30대가 각각 13.7%, 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구간에 포함되는 30∼40대 가구라 해도 순자산 보유액과 서울시·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전세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소득은 비교적 높지만 자산은 전체 평균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가구주 연령대별 가구당 순자산 보유액은 30세 미만이 7천397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30대가 2억1천769만원, 40대가 3억669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3억1천142만원을 하회했다. 50대와 60대는 각각 3억6천457만원, 3억3천393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4일 현재 59.5㎡(18평)가 2억5천만원(3.3㎡당 1천389만원), 79.33㎡(24평)가 3억3천여만원이다.

30대나 그 이하는 가진 자산을 모두 끌어모아도 대출이 없으면 서울 시내에 소형 아파트 전세를 얻기가 힘들고, 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59.5㎡ 1억3천여만원, 79.33㎡ 1억7천여만원으로 서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지방은 서울보다 가구소득이 낮다. 2016년 전국가구소득 평균 5천10만을 넘어서는 시·도는 서울을 제외하면 울산과 경기도 정도이다.


서울 아파트[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맞벌이 직장인을 중심으로 이번 개편안에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근무중인 맞벌이 부부 김모(33)씨는 "부모 도움 없이 결혼생활 시작했지만 둘 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만큼 열심히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으면 전세든 매매든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모든 길이 막혀버린 느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역시 맞벌이 부부로 자녀를 1명 둔 30대 직장인 이모씨도 "8ㆍ2 대책으로 대출이 막혔는데, 집값이 오르니 박탈감이 커졌다"면서 "금수저들의 투기 제한은 찬성하지만 소득을 기준으로 실거주 목적의 전세 대출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부합산 7천만원 기준은 지난 4월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 금융지원 방안에서 정리된 부분인데 시행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해당 기준이 적절한지 관계기관과 최종 조율 작업을 거친 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