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방문 두테르테 "이스라엘과 평화·인간위한 열정 공유"(종합)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필리핀 대통령 이스라엘 방문은 최초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막말 논란을 빚은 로드리고 두테르테(73) 필리핀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양국 간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2차 세계대전 직후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이스라엘 국가 건설에 찬성한 유일한 국가라며 "우리는 친구들을 기억한다. 그 우정은 수년에 걸쳐 꽃을 피웠고 특히 최근에 그렇다"고 말했다.

1947년 11월 유엔 총회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인과 유대인 국가를 각각 세우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필리핀이 찬성한 데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필리핀 근로자 2만8천명을 받아주고 필리핀이 어려울 때 도와줬다고 화답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리는 평화를 위한 열정을 공유하고 인간을 위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더럽히는 사람들로부터 국가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두테르테 대통령이 평화 및 인간을 위한 열정을 언급한 것은 그의 행보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취임한 뒤 마약범 단속 과정에서 4천500명이 필리핀 경찰에 살해됐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유린으로 비판받는 지도자라고 꼬집었다.

네타냐후 총리와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내 필리핀 간호인의 생활을 개선하기로 합의하는 등 양국관계에 관한 협정들에 서명했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전날 이스라엘에 입국한 뒤 예루살렘에서 필리핀인 약 1천400명을 만나 격려했다.

필리핀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는 1957년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나서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논란을 낳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 협력을 다지는 계기라며 환영했지만, 이스라엘 인권운동가들은 반대했다.

과거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을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히틀러에 비유한 발언으로 이스라엘의 반발을 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10월 "히틀러는 3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필리핀에는 300만 명의 마약 중독자가 있는데 이들을 학살하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스라엘 외무부는 "불법 마약 거래를 논하면서 히틀러와 홀로코스트를 들먹인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대인 사회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고 이후 이스라엘과 협력 강화에 노력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세부 섬에 있는 만다웨에서 연설 도중 "아름다운 여성이 많이 존재하는 한 강간 사건은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