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견실하고 양호하다니…냉철한 경제 현실 인식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고 한국은행이 4일 발표했다. 속보치인 0.7%에 비해 0.1% 포인트 낮은 것이다. 올해 1분기의 성장률인 1.0%에 비해서는 0.4% 포인트나 내려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와 한은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9%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걱정에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늘었지만, 설비투자는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향후 경기상태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왔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게다가 7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기가 이미 하강국면에 들어갔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수출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기가 순환 사이클상 정점을 치고 내려올 가능성이 커진 데다 미국-중국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위기 등의 악재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글로벌 경기를 짓누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늘 한은은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한은은 상반기 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대비 2.8%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다고 했다. 7∼8월 통관수출 등 최근 지표를 보면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도 했다. 경기가 당장은 빠르게 주저앉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견실', '양호'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듯하다. 설비투자가 5.7% 감소한 것에 대해서도 반도체 투자의 조정 정도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은이 비관적인 분석과 전망을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에 부담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 일부러 부정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은의 현실인식이 너무 낙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현실인식은 정책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경기상태가 괜찮다고 판단하면 현실적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규제 완화가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쳐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위기에 대한 공감 부족일 것이다. 정부와 한은, 연구기관, 정당 등은 먼저 경제 현실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분석하고 전망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단기적인 정책과 장기적인 과제를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