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정은 만나고 돌아온 특사단 귀환보따리를 주목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포함한 대북 특별사절단의 당일치기 방북이 이뤄졌다.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과도 만났다. 5일 밤늦게 귀환하는 우리 특사단의 평양 방문 결과를 즉각 알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 말대로 한반도 평화정착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를 높이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성과를 도출했기를 기대한다.

이번 방북 의제는 크게 3가지였다.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판문점 선언 이행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 문제를 협의하는 일이었다. 하루 일정의 방북이었지만 만찬 일정도 포함되는 등 폭넓은 논의가 두루 이뤄졌을 것이다. 구체적 내용은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을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정상회담 일정 확정 등 외에 이번 방북의 핵심 임무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핵리스트 신고 등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정착 문제와 관련된 협의에서, 북한이 새롭고 유연한 입장을 보여줬는지를 주목한다.

북한이 '선(先) 종전선언-후(後) 비핵화'라는 기존의 태도를 바꿔서 핵 신고, 핵물질 생산시설 동결 등 비핵화 초기 조치 이행을 약속했다면 지난 3월 우리 특사단의 1차 방북 때처럼 북미관계는 다시 속도를 내고, 우리 정부의 '촉진자'로서의 역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서울로 귀환하는 특사단의 보따리에 미국이 수용할만한, 최소한 한국이 중재외교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방안들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남북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달 하순 유엔 총회 계기의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다시 관련국 정상들의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할 동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라는 대원칙을 북한도 인식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 전날 통화에서 각급 수준에서 긴밀한 협의와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사단 귀환 이후 이번 방북 결과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견인할 수 있도록 미국과 세밀히 조율해 나가야 한다. 6개월 만에 다시 이뤄진 우리 특사단의 두 번째 방북이 남북관계 발전과 현재의 북미 교착국면을 전환하고, '한반도의 가을'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