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美대북대표, 특별한 '데뷔전'…대통령·장관급 3명 만나

첫 출장지 서울서 한미공조 강조…북미협상 현안엔 공개 언급 자제
배석자 "비건대표 단기간에 北문제 많이 습득한듯…자신감 느껴져"


문대통령 예방한 비건 특별대표(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반도 정세의 중대 국면에서 새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1일 서울에서 한반도 외교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 기업 등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거쳐 지난달 말 대북 협상의 실무 책임자로 임명된 비건 대표가 이날 하루 만난 사람들의 면면은 그에게 거는 우리 정부의 기대를 절감케 했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과의 오전 협의가 주된 일정이었지만 그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안보실장(장관급) 등과 만났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급은 대략 차관보급이라는 점으로 미뤄 비건 대표가 대통령, 그리고 장관 및 장관급 인사 3명을 만난 것은 외교 의전상으로는 '파격'이었다. 우리 정부로서는 앞으로 이뤄질 북미협상과 그 과정에서의 한미공조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 요인들과의 연쇄 회동에서 비건 대표가 한 모두 발언과, 보도자료에 소개된 발언요지에 따르면 그는 굳건한 한미공조와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목표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는 비건 대표(서울=연합뉴스)

이날 첫 일정으로 강경화 장관을 예방했을 때 비건 대표는 "굳건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도훈 본부장과의 회담 때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만든 지금의 엄청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제 시작이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북핵 해결에 대한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조명균 통일장관과 나란히 선 비건 대표(서울=연합뉴스)

오후 조명균 통일장관을 예방했을 때는 "남북협력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부의 계획을 듣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우리가 많은 일을 해야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미래로 향하는 길을 함께 찾아서 남북관계를 심화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달 남북-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요한 시기인데다, 특별대표를 막 맡은 점을 고려한 듯 그의 발언은 대체로 신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개된 자리에서는 핵신고, 종전선언 등 북미가 팽팽하게 맞선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고, 비핵화와의 보조 맞추기 논란이 일각에서 제기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발언을 했다. 또 이도훈 본부장과 만난 뒤 1분30초 가량 진행한 약식 회견에서도 먼저 발언한 이 본부장의 말에 전적인 공감을 표하는 수준에서 발언하고는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비건 대표와의 면담 자리에 배석했던 한 정부 당국자는 "비건 대표가 북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짧은 기간에 여러 사람을 만나며 단기간 내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이 습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입장을 듣고 미국 입장을 말했는데, 자신감이 묻어났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12∼15일 중국, 일본 방문 등 동북아 순방의 나머지 일정을 마친 뒤 다시 방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도훈 본부장과의 2차 협의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지난 2월 사퇴한 조셉 윤 전임 특별대표의 후임자로 지난달 23일 임명된 비건 특별대표는 과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 미 상원의원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경력이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실무협상 대표로 부름을 받기 직전까지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도훈 본부장과 약식회견하는 비건 대표(서울=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