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회 "혼인은 남녀결합"…동성결혼 인정 추세에 '반기'

'헌법 혼인조항 개정' 국민투표안 의회서 가결…헌재 통과되면 국민투표
여당 실세, 다음달 국민투표 계획 시사…성소수자 단체 반발


'동성결혼 불법화' 반대하는 루마니아 성소수자 단체 시위[A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기독교 전통이 뿌리 깊은 루마니아가 결혼을 '남녀 결합'으로 못 박는 개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루마니아 상원은 11일(부쿠레슈티 현재시간) 헌법의 혼인 정의를 개정하는 국민투표 부의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루마니아 상원은 헌법의 혼인 조항을 '배우자 사이 결합'에서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고치는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지를 놓고 표결했다.

표결 결과 찬성과 반대가 107표와 13표로 각각 나타났다. 기권은 7표였다.

앞서 의회(하원)에서도 결혼에 대한 정의를 개정하는 개헌 국민투표 부의 허용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국민투표 부의안이 확정되려면 헌법재판소 심리가 남았지만, 루마니아 국내·외 언론은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리라 전망했다.

사회민주당(PSD) 정부의 실세 리비우 드라그네아 대표는 다음달 개헌 국민투표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루마니아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각국이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에 상반된 것이다.

이는 루마니아의 뿌리 깊은 기독교(정교회) 전통에 기인한다.

루마니아는 34년간 철권 통치 후 총살된 공산주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묘석(墓石)에도 십자가가 새겨질 만큼 기독교 정서가 강한 곳이다.


십자가 묘비 사이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묘. 앞에서는 볼 수 없지만 묘석 뒷면에 새긴 작은 금색 십자가를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tree@yna.co.kr (끝)

의회 표결에 앞서 루마니아인 300만명이 결혼 조항 개헌 청원안에 서명했고, 의회는 이를 수용해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PSD의 세르반 니콜라에 상원의원은 취재진에 "우리는 2천년 동안 기독교 국가였다"고 말해, 이날 표결이 종교를 바탕으로 내려진 결과라고 인정했다.

헌법의 혼인 조항이 남녀의 결합으로 개정되면, 동성 결혼은 법적으로 '불법'이 되며, 이를 뒤집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루마니아 성소수자 단체는 이날 상원의 표결에 반발했다.

'수용하라'는 뜻의 동성 결혼 지지단체 '억셉트'는 "상원의 오늘 표결은 동성애 혐오를 국가관으로 확산시키고 여러 가족의 헌법적 권리보호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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