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초기 입주기업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의 10년 소회

"개성공단은 남북한 상생과 번영을 위한 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개성공단은 경제 묘목장과 같습니다. 초기에 심은 묘목이 이젠 크게 자란 것이죠."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신발제조업체 삼덕통상의 문창섭 회장은 10여 년 전 북한을 방문해 허허벌판의 공장 부지를 처음 봤을 때와 현재 공장의 모습을 떠올리면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문 회장은 최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개성공단 시범단지 초기 입주기업 15개 업체의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서 느끼는 '개성공단 10년 소회'를 털어놨다.

초기에는 전화, 전기, 팩스 등 인프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남쪽의 본사로 전화 한 통을 하려고 1시간 이상 대기하기도 일쑤였다고 했다. 송전이 이뤄지지 않아 발전기를 돌리려고 엄청난 기름을 쓰기도 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무(無)에서 시작됐고 2006년까지 정말 엄청난 고통이 있었다"고 문 회장은 회고했다.

문 회장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어 다른 기업들보다 더 힘들었다. 새벽 첫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해 '총알택시'를 타고 자유로를 달려야만 했고, 어떤 날은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는 개성공단 초기 3년 동안 전체 생활의 60%를 공단 내 임시 컨테이너 박스에서 보냈다.

여기에다 개성에서 농사일만 하던 북한 주민들을 신발 기술자로 교육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문 회장은 고민 끝에 공장이 지어지기도 전인 2004년 가을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고 북측 종업원 20명을 뽑아 중국 칭다오(靑島)의 공장에서 한 달간 연수를 진행했다.

이런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2005년 하반기 삼덕통상 개성공장에서 첫 신발 제품이 생산됐을 때 느낀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문 회장은 "우리 회사의 첫 제품 '통일신발'이 나왔을 때 많은 보람을 느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삼덕통상이 개성공단 발전에 크게 이바지를 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시범단지 이후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은 우리 회사에서 노하우를 배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덕분에 삼덕통상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개성공단이 남북한 당국의 노력으로 계속 발전하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년에 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지만, 개성공단은 외국에 있는 공장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 토지가 만나는 최적의 공단"이라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노동력 측면에서도 높은 학력과 낮은 이직률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성공단은 한국 경제의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에서 쓰는 원부자재, 음식재료, 설비, 사무용품 등 물품 대부분을 남쪽에서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부품 등 연관산업 활성화와 고용창출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 근로자 2천900여 명이 일하는 삼덕통상 개성공장의 협력업체는 170개이고 전체 125개 입주기업의 협력업체는 5천8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는 개성공단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 회장은 북한 노동력의 충분한 공급을 위한 근로자 기숙사 건설을 꼽았다.

개성시 근교의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공단에서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2만여명의 인력은 다른 지역에서 충원해야 할 상황이다.

문 회장은 "정부가 단독으로 기숙사 건설을 추진할 수 없다면 기업과 함께 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좋겠다"며 "정부 주도로 기숙사를 건설하고 수요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개별기업이 희망 인원수에 비례해 일정금액(정부 50%, 기업 50%)을 부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남북경협자금에서 장기 저금리로 기업 부담금을 대출해 주면 정부와 기업 모두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 회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개성공단 국제화와 관련해 "외국 기업 몇 곳과 시범적으로 합작투자를 하면 개성공단 국제화에 한 단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덕통상은 20년간 거래해온 독일의 ME&Friends AG사와 합작투자를 추진 중이다.

문 회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북한에 진출해 개성공단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그것이 남북한 모두의 상생과 번영을 위한 길이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해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