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비판 속 태국 정부, 대대적인 호랑이 몰수 개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호랑이 130여 마리를 기르면서 짭짤한 막대한 수입을 올리던 태국의 명물 호랑이 사원이 야생호랑이 불법 거래와 학대 등 의혹 속에 결국 '동물원 영업'을 중단할 위기를 맞았다.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야생생물보호청은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수도 방콕 서부 깐차나부리의 호랑이 사원에서 호랑이 몰수 작업에 착수했다.

야생동물보호청은 전날 1차로 3마리의 호랑이를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겼으며, 향후 순차적으로 사원에서 사육해온 호랑이를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국의 호랑이 이송 작전은 앞으로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동원되는 인원만 해도 1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이 사원이 보유한 호랑이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 1994년 건립된 상좌부 불교(소승불교) 사원인 호랑이 사원은 호랑이를 비롯해 일부 목숨이 위태로운 야생동물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한때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사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보유 호랑이 수가 늘어나면서 전문 사육시설과 인력을 갖추게 됐고,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사실상의 동물원으로 영업을 해왔다.

현재 이 사원이 보유 중인 호랑이는 자그마치 137마리에 이른다.

호랑이 개체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번식 작업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한때 호랑이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면서 불법 거래 의혹도 샀다.

이 사원이 보유한 호랑이들은 맹수 특유의 성향을 잃은 채 '애완동물' 수준으로 순화됐다. 이에 따라 사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거리낌 없이 호랑이에게 접근해 셀카를 찍는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등은 야생호랑이 불법거래 및 불법 번식, 동물 학대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이런 압력 속에 태국 당국은 올해 연초 2차례에 걸쳐 호랑이 10마리를 동물보호구역으로 옮겼지만, 승려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호랑이 몰수 작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사원 측은 당국으로부터 정식 동물원 허가를 받아 위기를 모면하려 하기도 했다.

애디손 누치덤롱 야생동물보호청 부청장은 "이번에는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모든 호랑이를 압수할 것"이라며 "사원 측이 호랑이들을 풀어놓는 등 협조를 하지 않고 있지만, 차근차근 일을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