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오후 2시46분.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 활주로에서 모인 1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어, 온다. 온다"

희미하게 보이던 은색 점이 점점 커지더니 활주로에 사뿐히 내렸다.

이를 바라보던 이란항공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실제로 에어버스 새 비행기를 보다니 꿈만 같다"며 "미국이 방해해 못 오는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미국 정부는 에어버스의 부품 중 10% 정도가 미국산이라면서 제재 대상인지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에서야 이란에 대한 판매를 허가했다.

같은 시각 공항 격납고에 마련된 환영 행사장에서도 착륙 장면을 생중계로 보던 참석자 500여명의 환호와 휘파람이 울려 퍼졌다.

예정 도착시각보다 15분 정도 늦었지만, 이란이 새 비행기를 기다렸던 세월에 비하면 차라리 찰나에 가까웠다.

비행기 동체엔 'Iran Air'라는 국영 항공사 이름과 함께 삼색의 이란 국기가 선명했다. 꼬리 수직 날개와 제트엔진엔 이란항공의 상징인 호마(페르시아의 전설의 동물)가 새겨졌다.

새 여객기의 이란인 파일럿은 격납고로 운전해 오면서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란 국기를 자랑스럽게 흔들며 한껏 기쁨을 표시했다.

메흐라바드 공항에 착륙한 에어버스 A321 여객기는 활주로에 있는 이란 항공사의 오래 된 여객기와 대조돼 더 세련되고 말끔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앞으로 수년간 이란엔 에어버스 새 비행기가 99대 더 오게 된다.

이란 항공사가 서방이 만든 새 비행기를 직접 소유하게 된 것은 무려 38년 만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서방과 관계가 불편해지자, 전투기 기술과 연결되는 민항기의 이란 판매가 금지된 탓이다.

30년 넘은 여객기가 수두룩한 탓에 이란 국내선을 타는 일은 특히 외국인에겐 무척 불안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이란 국내선이 이륙하기 전엔 자연스럽게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게 마련이다.

여객기 사고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이란 항공사는 서방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부품이라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2014년에서야 부품이 일부 수입됐다.

지난해 1월16일 핵합의안이 이행된 지 꼭 1년 만에 이란은 드디어 서방의 비행기를 소유하게 됐다.

이란 정부도 핵협상의 구체적인 성과와 이란과 유럽의 개선된 관계를 과시하려고 내외신 언론을 대거 초청했다. 한국에서는 연합뉴스가 유일하게 초청됐다.

공항은 보안시설로 촬영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이날만은 외신 기자들이 자유롭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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