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참석자들 "트럼프 기대"…시내 곳곳서 '反트럼프' 시위

8년전 오바마 취임식보다 흥행 부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오전 7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 의사당 부근은 이른 아침부터 관중들도 북적거렸다.

취임식이 시작되려면 4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중앙무대가 시야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등이 적힌 빨간색 모자를 눌러쓴 중년의 백인 남성들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빗방울이 날리는 궂은 날씨 탓에 참석자들은 외투에 털모자까지 챙겨입었지만, 트럼프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넘쳐났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州) 컬럼비아에서 온 빌 톰슨(63)은 "워싱턴은 썩었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든데 정치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다르다. 물론 트럼프가 하는 모든 말을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가 워싱턴 정치를 확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모, 처제와 함께 전날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지하철을 이용해 취임식장에 왔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온 존슨(40) 가족은 일찌감치 우의를 챙겨입고 앞자리에 앉아 환한 웃음으로 취재진에 들뜬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장은 미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인종 갈등의 또 다른 현장과 다름없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원동력이 '분노한 백인'을 결집시킨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취임식장에서 유색인종, 특히 흑인은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해 7월, 마치 '백인 단합대회' 같았던 클리블랜드 전당대회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싱글맘' 흑인 데브라(43)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서로 불신하고 원망만 해선 안 된다"며 "피부색을 떠나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미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식은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만큼의 성황을 이루지 못했다. 취임식장 곳곳에서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는 18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 외신 기자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현장도 취재했는데, 당시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고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취임식장 인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대는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캐피톨 사우스' 역 주변에서 피켓을 든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뉴욕 주 버펄로에서 온 폴 앨런(17)은 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거리를 오가며 "러시아와 중국이 아니라 인종차별과 싸워라"고 적힌 티켓을 흔들었다.

그러나 백악관 인근에서는 '반트럼프'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렸다.

맥퍼슨 광장에서는 시위대의 '노(no) 트럼프' 구호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고, 프리덤 플라자 입구에서는 10여 명의 젊은이가 아스팔트에 드러누운채 농성했다.

그 시각,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차를 마시며 담소는 나눴다.

경찰은 이날 취임식 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최대 9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2만8천여 명의 보안 인력을 배치했다.

취임식장 반경 3.5㎞ 지점부터 철제펜스를 치는 등 치안 비용으로만 1억 달러를 썼다.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