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법원 결정 뒤 "항공권 받을 수 있느냐" 문의 많아져 탑승권 쥐고도 "美 입국정책 언제 바뀔 지 모른다" 반신반의

(테헤란·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오늘 그 질문을 100번은 받은 것 같군요. 물론 이제 티켓을 받을 수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새벽 테헤란 이맘호메이니국제공항의 에미레이트항공 발권 카운터의 직원은 "이란 국적자도 이제 미국행 항공권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 중단한 지 24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이 직원은 "두바이를 거쳐 미국을 가려는 이란인 승객이 아직 많지는 않다"면서도 "미국행 티켓을 정말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테헤란 공항을 이륙한 지 2시간 정도 지난 뒤 도착한 두바이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서 만난 이란인 마흐무디예 씨는 미국 시카고행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바이공항은 중동에서 미국으로 가는 길목이다.

테헤란에서 사는 그는 시카고에서 유학하는 아들을 보러 이달 1일 미국에 가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바람에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그는 "카운터에서 여권을 내고 발권을 기다리는 1분 동안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에 쥔 시카고행 항공권을 복잡한 표정으로 들여다봤다.

"이 티켓 한 장이 뭐라고 그런 소동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미국 입국 심사가 남았네요"

그에게 표를 준 항공사 직원은 "항공권이 미국 입국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흐무디예 씨는 여권과 미국 비자뿐 아니라 아들의 미국 내 대학 재학증명서, 자신이 다니는 이란 직장의 재직 증명서, 방문 초대장을 함께 준비했다.

미국에 입국하는 데 공식적으로 갖춰야 할 서류는 아니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이란인은 "미국 연방법원이 행정명령을 다행히 일시 중단했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 대통령 한 명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계속 미국 뉴스를 보고 있다"며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을 비롯한 주요 항공사는 실제로 반이민 행정명령 대상인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요건이 언제라도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두바이공항의 한 직원은 "트럼프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공항은 미국행이 막힌 7개국 승객의 항의로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승객들이 화를 내다가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선 미국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미국은 작년에 이란인이 '신의 집'(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순례)을 못 가게 하더니 올해는 '사탄의 집'(미국)에도 못 가게 막는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다.

마흐무디예 씨는 "아들을 무사히 볼 수 있게 기도해달라"며 탑승구로 향했다.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