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 들어 지구촌 뉴스의 중심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내뱉은 말들은 단순한 '레토릭(수사)'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140자 트윗'이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미국 연방법원 결정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판사 한 명이 우리나라를 그렇게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누구도 꺾지 못할 트럼프의 초반 기세다.

트럼프 발(發) 광풍에 대한민국은 무사할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며칠 전 친구 상갓집에서도 트럼프가 화제였다. 지금의 트럼프가 얼마나 가겠느냐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연임은 물론 임기 4년도 채우지 못할 것', '한 3개월 정도 지나면 반발을 못 견뎌 방향을 틀 것', '미국 공화당도 계속 민심이 안 좋으면 트럼프에 등을 돌릴 것' 등의 주장이 오갔다. 대부분 '희망적 사고'다. 우리 입장에서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하는 생각이 깔렸다.

안보 분야의 우려는 어느 정도 사라진 모양새다. 계기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이다. 매티스 장관은 3일 한미 국방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축(linchpin)"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시대에도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상징하는 말로 언론에서 부각됐다. 백악관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매티스 장관의 방한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한 것"(숀 스파이서 대변인)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이 국가안보의 근간인 우리 입장에선 안보 불안감을 일정 부분 덜어낸 셈이다. 걱정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이번에 거론되지 않았다.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양국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이번에 한국 다음으로 일본을 찾았다. 더욱이 매티스 장관이 한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데는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하니 의미가 더하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일본과 독일을 취임 초기부터 환율 문제로 싸잡아 비난한 트럼프의 태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 언론도 매티스 장관의 방한에 후한 점수를 줬다. 트럼프 정부가 처음부터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나아가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좀 과하다 싶은 경우도 있었다. 국내 정치 혼란을 겪는 데다 중·일과도 관계가 소원해져 동아시아에서 외교적 고립을 겪는 "한국을 배려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시대에도 한미동맹은 "이익을 위한 저급한 동맹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진정한 동맹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두 희망과 기대가 섞인 평가다.

미국 국방장관의 이번 한일 순방이 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억지력 제고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분명하다. 당장 중국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장면을 매티스 장관의 순방에 맞춰 공개했다. 트럼프를 향한 무력시위다. 한미일 3각 군사 공조 차원에서 미국이 지원할 일본의 군사력 강화도 중국의 군비 증강을 더욱 부채질할 게 뻔하다. 한반도 안보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우리의 국가 리더십은 불안하다. 이 형편에 우리가 워싱턴을 상대로 한반도의 현상 변경을 주도할 순 없다. 한국을 방문한 매티스 장관의 입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미국 새 행정부의 태도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트럼프의 외교는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트럼프 시대에도 과연 '가치 동맹'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낙관은 이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구체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정책 입안이 끝나면 한미동맹을 실리동맹으로 재조정할 것을 요구할지 모른다. 그에 따른 '손익계산서'가 나오고, 어느 날 우리에게 묵직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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