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병원에 북한대사관 차량 3대 목격…말레이경찰 용의자추적 전력, 사망설도 나와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피살 원인과 배후를 밝히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이번 사건이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 지시설, 북한 체제의 불안과 맞불려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이 맞는다면 상호 무비자 협정을 맺을 정도로 그나마 우호적인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외교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물론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극도의 보안 속에 독극물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동시에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오전 8시 55분께(현지시간)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푸트라자야 종합병원에서 영안실 밴 차량이 경찰차 3∼4대의 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목격됐다. 경찰이 기관단총까지 무장했다.

이 병원과 경찰은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지만, 김정남 시신이 부검을 위해 쿠알라룸푸르 병원(HKL)으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푸트라자야 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푸트라자야 병원은 부검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해 공간이 넓고 시설이 좋은 HKL로 김정남 시신을 이송했다"고 전했다.

외교관 번호판을 단 북한대사관의 세단 승용차 3대가 HKL 영안실에 도착한 모습도 보였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대사관의 직원들이 부검을 직접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김정남 사인 조사와 배후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병원 앞에는 내외신 취재진 100여 명이 진을 치고 취재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이번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부검 진행과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말을 아껴 취재진 사이에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김정남 피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관할하는 세팡경찰서는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다.

현재 경찰은 공항에서 김정남을 독극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여성 2명의 소재 파악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용의자 가운데 1명의 모습은 공항 폐쇄회로(CC) TV에 잡히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범행 직후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도망친 것으로 알려진 이들 용의자에 대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자살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 암살 배후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을 것이라는 한국 정치권과 전문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반응을 전하는 등 이번 사건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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