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장성택 제거 이은 악재로 지역경제에 악영향 심화 우려 핵실험 이후 국경무역 위축 속 장갑차·군인 삼엄한 경계 지속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이후 북중접경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고 긴장감이 커졌다.

단둥지역 무역업계 등에선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친중파' 장성택 숙청으로 중국과의 거리가 벌어진데다가 중국의 신변보호를 받던 김정남마저 해외에서 제거해 양국관계에 결정타를 먹였다는 시각을 보였다.

16일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거리을 지나는 단둥시민들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압록강대교 앞 도로에 특수경찰 장갑차량이 서 있고 변방부대 군인들이 대오를 지어 도심을 돌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단둥해관(세관)에는 북한으로 가기 위해 도롯가에 수십대씩 대기하던 무역차량을 볼 수가 없고 수입품목을 확인하기 위해 세관 출구에서 차량을 기다리는 중국인 무역상들도 자취를 감췄다.

압록강변 중롄(中聯)호텔에서 만난 중국인 양(楊)모(55) 씨는 "조선(북한)핵실험에 따른 연합국(유엔)의 제재 이후 중조(中朝·중국과 북한) 무역이 위축된데다가 며칠 전 김정남 피살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분위기가 얼어붙은 느낌"이라고 현지분위기를 전했다.

양 씨는 "이 사건이 조선(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성격을 띄지만 절대권력인 조선 특성상 무역과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김씨왕조 삼대째(김정은)가 중국의 뜻에 반해 장성택 등 친중파를 없애고 전통적 우방이던 중조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또다른 중국인 좡(庄)모(42) 씨는 "(김정남 피살이) 정치에만 영향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경제가 탈없이 성장하려면 정치가 안정돼야 하는데 국경무역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큰 사변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둥 열차역 부근에 조성된 '고려촌'(한국·북한 민속거리)에 있는 음식점과 가게 주인과 종업원들은 이번 사태로 당분간 북한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식당의 조선족 업주는 "예전에도 핵실험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단골인 조선(북한) 사람들의 발길이 한동안 끊어지더라"며 "안 그래도 요즘 장사가 잘 안되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겨 시름이 깊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도 앞 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압록강변 공원을 찾은 쑹(宋)모(30) 씨는 "단중의 주요 산업인 중조무역이나 변경관광은 정치 바람을 많이 탄다고 들었다"면서 "양국 백성 간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북한 사람들이 무역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많이 찾는 조선족 상점거리에서도 북한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단둥에서 북한 무역상들이 흔히 묵는 한 호텔에서 이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한국 사람의 접근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한국인임을 밝히자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중국군이 김정남 피살 후 접경지역에 병력을 증파했다는 소식에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택시를 타고 단둥시 외곽 압록강 상류쪽으로 향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땅이 불과 수십m 거리인데 겨울철 추위로 인해 강물은 꽁꽁 얼어붙었다.

택시기사는 "몇년 전부터 압록강 양안에 과거에 없던 철책이 들어서서 일반인의 접근이 힘들어졌다"며 "철책이 없을 때 여름이면 수영과 낚시하던 추억이 그립다"고 말했다.

철책에는 '나라가 있으면 국경이 있고 국경이 있으면 반드시 굳게 지켜야 한다'(有國就有邊 有邊必固防)는 구호를 적은 팻말이 걸려있고 '변경에서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붉은 플래카드도 보였다.

압록강 저편 북한쪽에는 수백m 간격으로 북한군초소가 위치했으나 중국쪽에는 딱히 눈에 띄는 초소나 군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현지 주민 쑨(孫)모 씨는 "단둥만 하더라도 널리 공개된 도시라서 군인을 공공연히 배치하지 않는다"면서 "일반 사람이 다니지 않는 험지 등을 위주로 배치되는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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