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에 17일 최종적인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에 대한 2주의 항고 기간을 거쳐 파산 선고를 내렸다. 한진해운을 존속시키기보다 청산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이로써 1977년 국내 첫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출범했던 한진해운이 창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진해운은 넉달 간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거쳐 작년 9월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왔다.

한진해운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해운업 불황 탓도 있지만 무책임한 '오너 경영'의 책임이 더 크다. 최은영 전 회장은 남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작고한 뒤 경험도 없이 갑자기 회사를 물려받아 부실을 키웠다. 특히 업황 부침을 충분히 따지지 않고, 호황기 때 전망에 기대어 장기 용선료 계약을 맺은 게 화근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운임이 폭락한 가운데 시세보다 5배나 비싼 용선료를 계속 물어야 했다. 그 결과 2011∼2013년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4년 회사를 넘겨받았지만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2년 뒤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은 부실 경영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율협약 신청 전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한계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에 실패한 정부나 부실 경영을 감시하지 못한 채권은행의 책임도 작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벌어진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점은 결정적인 실수다. 법정관리 직후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절반가량이 정상 운항을 하지 못했다. 선박이 가압류되고 하역이나 입출항 거부로 배들이 해상을 떠돌면서 '물류대란'이 벌어졌다. 수출입 물품의 납기를 어기게 된 화주들은 애를 태웠고 가압류된 선박의 선원은 한없이 배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 와중에 미주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은 50%가량 올랐다. 물류대란이 수습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무책임한 대주주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에는 공감할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물류대란을 막지 못한 책임은 또 다른 얘기다.

한진해운 몰락의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한국의 해운업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작년 12월 현재 컨테이너선 수송 능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전보다 56% 줄었다. 항만 물동량도 영향을 받고 있다. 부산항의 지난해 물동량은 전년보다 0.2% 줄어 2009년 이후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국제수지를 구성하는 해상운송 수지는 지난해 연간 5억3천만 달러(잠정치·약 6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6년이래 첫 적자다.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실직자는 부산에서만 3천여 명, 전국적으로는 최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벌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무능·무책임이 빚어낸 대참사"라며 "한진해운 파산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합당한 지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