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달 16일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된 문형표 이사장의 자리 버티기로 국민연금 공단이 50일이 넘게 어정쩡한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27일 특검에 소환된 뒤 곧바로 구속됐고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특검 소환 때 문 이사장은 공가를 썼고, 지난 1월 16일 기소된 이후로는 연차를 사용했지만 이번 달 1일부터는 결근 중이다. 문 이사장이 이렇게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자진사퇴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진사퇴는 범죄를 인정하는 꼴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공적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비판을 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잘 알려졌다시피 550조원의 기금을 운영하는 기금운용본부를 산하에 두고 있는 거대 조직이며, 국민의 노후 대비 수단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사장은 법률에 따라 임면권자(대통령)가 직권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해임되지 않는다. 다만 자진 사퇴하거나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이사회 해임 의결을 거쳐 임면권자가 허가하면 임기 중 해임이 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탄핵정국에서 가장 무난한 방식은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통한 문제 해소라고 볼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연금정책국장은 오는 22일 서울 구치소에서 특별면회해 자진사퇴를 권유키로 했다고 한다.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문 이사장이 자진사퇴 권유를 거부할 경우 이사회 해임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걸림돌은 있다. 문 이사장의 혐의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행위로 생겼기 때문에 장기간 결근 등이 해임사유가 될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이래저래 연금공단으로서는 불편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래도 문 이사장이 끝까지 버텨서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보다는 나은 방법이 이것밖에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정변경도 생겼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에는 뇌물공여가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부분이 들어가 있다. 종전보다 문 이사장의 혐의에 무게가 더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문 이사장이 무죄를 계속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국민연금공단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이제라도 장관 출신답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자문해보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 자리 버티기를 한다고 해서 무죄라고 믿어줄 거라고 판단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