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부 그리고 공유정부로 가는 길'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폐해가 많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나누지 않으면 5년마다 반복됐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희수(喜壽·77세)를 맞은 원로 행정학자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5월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이승만 정부 그리고 공유정부로 가는 길'(기파랑 펴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정부 형태를 제안한 책이다.

이승만 시대에 대학교육에 입문했다는 저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경제부흥의 기초를 닦았으며, 미국을 설득해 군사와 과학기술 원조를 얻었다"면서도 "집권을 연장하려고 폭력, 금권, 관권 정치로 나라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끈 제1공화국의 한계는 상당 부분 상황에 기인한 바가 컸다. 해방 직후여서 나라 살림의 반을 외국에 의존했고, 1950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이 전 대통령의 실책도 분명히 있었다. 당시에는 독립운동에 앞장서 옥고를 치른 인물들이 정부 행정에 참여했지만, 그는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에 이들의 화합을 끌어내지 못했다. 또 일제강점기 체제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저자는 이승만 정부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국회가 지금처럼 기계적이지 않았고, 정권 중·후반 부흥기에 접어들면서 경제 과업 엘리트가 중심을 잡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방점은 이승만 정권에 대한 평가를 담은 전반부가 아니라 새 정부에 관한 견해를 정리한 후반부에 찍혀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저자는 차기 정권이 '공유(共有)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공유정부는 정부와 국민, 시장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정부가 잘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에게 넘기자"는 것이 골자다.

그는 "공유정부에서 권력은 지배도, 협치(協治)도 아닌 협연(協演)"이라면서 "승자나 전유 같은 단어를 기억에서 지우고, 정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쇄신적이고 신축적인 정부, 변하는 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정부, 책임감 있는 시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이런 정부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저자는 다음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같은 세계적 인물로서 독단적이지 않은 성격과 기득권과 패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참모는 다양하게 정직한 인물로 채우되, 이들을 늘 믿으면 안 된다"며 "거창하게 여러 공약을 하지 말고, 작은 권력에도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732쪽. 3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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