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속 경호원 모습에 '물리력 지시' 의심도 확산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방미 중 경호팀이 시위대를 마구 때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동영상 속 경호원이 차량 속 대통령으로부터 무언가를 듣고 전달한 후 폭행이 시작되는 장면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위대에 모종의 조처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확산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주재 터키 대사 관저 밖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 간 충돌이 발생했다.

애초 에르도안 대통령은 폭력사태 발생 당시 관저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소리(VOA) 터키어 방송이 찍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그는 이번 폭력사태를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위대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관용차가 터키대사 관저 입구에 도착하자 '영아 살해자 에르도안'(Baby-Killer Erdogan) 구호를 연호했다.

동영상을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곧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창으로 경호원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이 경호원은 옆에 있던 다른 경호원(사진 속 붉은 원 안)에게 지시를 전달하고, 이를 들은 경호원은 시위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시위대를 향해 가던 경호원은 중간에 추가 지시를 받은 듯 되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한다.

곧 경호팀은 시리아 쿠르드계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 깃발을 들었던 시위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터키는 PYD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 테러조직으로 본다.

경호원들은 대체로 날아차기와 함께 시위대에 달려들어 붙잡히는 시위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주먹질, 발길질을 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관용차에서 나와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장면을 한동안 지켜봤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에르도안의 차에서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추가로 공개된 영상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호원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는 듯한 모습까지 확인되자 물리력 행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

이번 폭력사태로 중상자 2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이 다치자 미국 정부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터키 대사관 측은 시위자들이 테러그룹인 PKK와 연계돼 있다며 "경호원들의 행동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시위 주최 측은 PKK와 관련성을 부인했다.

미국 정부는 이는 평화적 시위에 대한 공격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국무부는 18일 터키대사를 불러 이번 사태에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 상원의원들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국무부가 터키 대사를 쫓아버려야 한다"고 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