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자신의 사후 장례와 납골, 재산과 유품 처리 등을 누구에게 맡길지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다.

예전에는 당연히 가족이나 친지들이 하던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요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사후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세태변화로 가족·친지 관계가 엷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사후 자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처리를 요양원이나 전문업체에 미리 맡기는 "생전계약"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공영방송 NHK가 18일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일본 정부기구인 소비자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가 사망할 경우 시체인수와 장례, 납골 등을 대행해 주는 전문 민간 사업체가 수십 개사에서 10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달 도쿄(東京) 도내에서 관련 기업의 설명회가 열렸다. 참석한 노인 중에서는 참가 동기를 "사후 처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거나 "친지나 이웃 사람의 신세를 지기 보다 돈으로 사후 처리를 하고 싶어서" 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많았다.

내각부가 65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병이나 시중을 들어줄 사람으로 "아들·딸"를 든 사람이 39.9%로 가장 많았다. 그렇지만 "기대할 사람이 없다"는 대답도 17.8%로 나타나 2번째로 많았다. "형제·친척"(13%) 또는 "지인"(5.3%)이나 "이웃"(2.4%)을 꼽은 사람보다 훨씬 많아 혈연이나 지역과의 유대가 약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바(千葉)현의 한 특별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78세의 남성은 사후 처리를 맡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입소 7년째인 이 남성은 요양원에 처음 들어올 때 사후 유품정리와 장례를 맡길 사람을 누나로 신고했었다. 누나도 동의서에 서명했지만 올들어 "누나도 고령이니 다른데 맡길 데가 없겠느냐"고 요양원 측에 문의한 끝에 요양원에 위탁하기로 했다. 누나도 "나도 80이 넘었고 멀리 떨어진 곳에 사니 동생의 사후 처리를 요양원에 맡기겠다"고 했다.

요양원 측이 21명의 입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인 14명이 사후 처리를 요양원 측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요양원 측은 입소자들의 희망에 따라 화장과 납골, 유품정리 등의 절차를 대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런 일이 요양원의 원래 업무는 아니다.

특별 요양원 책임자는 "친지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유대가 엷어진 데다 친족 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마지막 소망을 조금이라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노인들도 있다. 오이타(大分) 현에 있는 노인홈에서 생활하는 사토 다미코(89)씨는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받은 대학은 해부 등의 실습에 이용한 후 최종적으로는 대학 측이 화장해 준다.

사토씨는 형제·자매가 9남매지만 8명은 이미 사망했고 도쿄에 사는 동생과는 원래 교류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같은 노인홈에 사는 동료에게서 시신 기증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기증하기로 했다. 이 시설 입소자 중 4명이 시신기증서약을 했다. 이들의 시신은 사후 후쿠오카(福岡) 현 내의 대학으로 옮겨지게 된다.

시신기증 등록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시신기증 등록자는 약 28만 명으로 27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기증자가 너무 빨리 늘어 이들의 시신과 유골을 보관할 공간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일부 대학은 시신등록접수를 중단한 곳도 있다.

사회보장정책에 밝은 슈쿠도쿠(淑徳) 대학의 유키 야스히로 교수는 "무연고화·고립화된 상태에서 최후를 맞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면서 "죽음을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간주해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를 국가 정책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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