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한일합의 '확전' 자제…셔틀외교·조기정상회담 의견일치 '성과'

한일군사협정 이견 등 갈등 요인 산재…"과거사 분리 '투트랙' 접근 필요"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 파견를 계기로 그동안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풀릴지 주목된다.

일본 방문 사흘째인 문 대통령 특사인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19일에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논란이 될만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위안부 한일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 국민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문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에게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고노·무라야마·간 나오토(菅直人)의 담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내용을 직시하자"고 했다. 그는 그러나 '재교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까다로운 위안부 문제를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한일합의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 갈등이 더 이상 확산 국면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본 측도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베 총리와 기시다 외무상은 한일합의의 이행을 언급하면서 '위안부'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에 대해 "재작년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니 착실히 이행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길지 않게 언급했다.

이는 일본 정부 인사들이 그동안은 한일합의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가 있어 보인다.

문 특사도 회담 후 한국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합의를 지키라고 강조하면 한일 관계의 진전이 더 어려울 것이고, 그러면 우리도 그런 얘기(한일합의 파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아베 총리가 (한국과) 진전된 관계를 갖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특사와 일본 정부 인사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낀 반면, 양국간 관계 진전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 공조에서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논의 문 특사와 아베 총리, 기시다 외무상 사이의 회담 시간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이견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문 특사와 일본 정부 인사들은 셔틀외교와 조기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의견 일치를 봤다.

문 특사는 18일 아베 총리와 회담 뒤 주일 한국 특파원단에게 "앞으로 잘해보자. 자주 그리고 빨리 만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일본 쪽(아베 총리)에서 먼저 얘기를 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아베 총리가 할 답변을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특사는 아베 총리에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小泉) 총리 시대 등의 (한일간) 셔틀 외교 복원까지를 희망한다"고 제안했고 아베 총리는 문 특사에게 "역시 만나서 말을 해봐야 오해가 풀린다"고 말했다.

문 특사의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들도 호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문 특사와 아베 총리의 회담에 대한 마이니치 신문의 15일자 조간 기사 제목은 "한일 관계 구축을 우선"이었고 아사히신문은 "셔틀외교, 일본 전향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취약함이 남아있는 한일의 인연을 강화하는데에는 셔틀외교가 효과적"이이라며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국과 셔틀외교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회담 결과에 대해 환영했다.

문 대통령의 첫 대일 외교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한일 양측이 이번엔 최대한 언급을 삼가긴 했지만, 여전히 위안부 한일합의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명확하게 남아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운영과 연장을 둘러싸고도 언제든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

GSOMIA는 문 특사가 아베 총리, 기시다 외무상 등을 만날 때에는 화제에 오르진 않았지만, 문 의원은 기자들에게 "(GSOMIA)를 할까 안 할까는 다음 기한이 지나면 새 정부가 판단할 문제다"고 말해 GSOMIA를 연장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GSOMIA는 유효기간이 1년으로, 오는 11월 말 만료된다. 일본은 작년 GSOMIA 체결에 적극적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 GSOMIA에 대해 여러차례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종원 와세다대(국제정치학) 교수는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재협의를 거부하니 문제 제기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경제·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 회복을 할 필요가 있다"며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