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농촌 수해지역 단수·정전·통신 단절…마을기능 상실 대부분 고령이라 복구 '막막'…청주시 "복구·방역 집중지원"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지난 16일 최악의 폭우로 집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집중된 청주 농촌지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 공급이 끊기는 등 열악한 환경에다 인력도 없고,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복구 작업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 미원면 운암리에 사는 A(76)씨는 이번 비로 40여년 전 손수 지은 집을 잃었다.

폭우로 인근 달천천이 범람해 A씨의 집을 휩쓸고 지나갔다.

A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 30여명도 집을 잃고 졸지에 이재민이 됐다.

물 폭탄과 낙뢰로 전신주가 엿가락처럼 꺾여 전기와 전화가 끊겼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사실상 마을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지하수나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정수해 공동으로 사용하는 간이상수도를 써왔다.

그런데 전날 폭우로 식수를 보관하는 물탱크가 침수돼 물 공급마저 중단됐다.

운암리처럼 청주에는 간이상수도를 쓰는 마을이 280여곳이나 된다. 상당수 마을이 폭우로 단수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손수레로 집 안에 쌓인 흙과 무너진 잔재를 실어나르는 70∼80대 마을주민들이 더욱 힘겨워 보였다.

A씨는 "대피 방송이 나온 지 3시간 만에 불어난 물이 마을을 싹 훑고 지나갔다"며 "뭐 하나 제대로 챙기고 나온 게 없어 복구 작업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 지 모든 게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먹을 물, 전기가 끊긴 인근 미원면 옥화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산사태 피해가 컸다. 1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119구조대는 전날 오후 3시 12분께 옥화리의 한 주택 인근에서 이모(58·여)씨가 토사에 매몰돼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일대는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돼 복구 작업이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은 농경지 피해가 컸다.

이곳에 사는 B(48)씨는 10여 마지기 논이 물에 잠겼다.

B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뭄에 월오천 물을 끌어다 대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번엔 그 월오천 물이 넘쳐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치고 말았다"고 말끝을 흐렸다.

B씨의 마을 인근에서는 50여 가구가 주택과 농경지 침수 피해를 봤다.

월오천 둑이 무너지면서 농로가 끊기고, 물과 함께 쏟아져 내린 자갈과 뻘흙이 농경지를 덮었다.

17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시에서는 월오동 등 10개 마을에서 12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 침수 및 파손은 600여건, 농작물 침수는 2천여㏊에 달한다.

청주시는 이재민 대피소에 취사구호세트, 모포, 간식 등 긴급 구호 물품을 지원하는 한편 한국전력공사,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응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수해 현장에 군인 605명, 경찰 250명, 민간인 305명 등 자원봉사 인력 1천160명을 투입됐다.

청주시는 침수 피해 지역에 전염병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 차량 47대와 자율방역단 511반 1천796명을 투입, 방역활동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357명의 인력과 차량 153대를 동원해 수해 쓰레기 처리에 나서고 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피해 복구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이른 시일 안에 시민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