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진·관계자 면담…日대사관에 200만명 서명 전달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13일 정오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앞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가 낮고 느리게 부른 노래 '바위처럼'의 한 소절이 울려 퍼졌다.

이어 '바위처럼' 원곡이 흘러나오자 학생들이 나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다. 길 할머니를 비롯해 김복동(91) 할머니, 여성·인권단체 회원과 시민, 학생 등 시위에 참가한 300여 명은 노래에 맞춰 손뼉을 쳤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992년 시작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의 1천300회를 알리는 소리였다.

이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최근 잇따라 세상을 떠나 생존 피해자가 35명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정체조차 불분명한 10억 엔으로 면죄부를 거래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굴욕적인 한·일 합의를 발표하고 피해자들에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일본의 위로금을 전달하면서 일본의 역사 지우기를 발 벗고 도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당선 전부터 한·일 합의 재협상 또는 무효화를 공약으로 밝혀왔지만, 새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에 아무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위안부 문제를 미국에 알리고자 올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에서 출발해 이달 초 뉴욕까지 약 5천400㎞를 자전거로 횡단한 대학생 하주영(25)·조용주(21) 씨도 참석해 자신들의 미국 횡단 경험을 얘기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일본 정부는 변하지 않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과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우리는 승리한 것"이라며 "1천301차부터 다시 힘을 내 '우리 손으로 해방을'이란 구호를 이루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대협은 시위를 마친 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고, 김 할머니·길 할머니와 함께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과 면담했다.

이날 시위에 앞서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세계 1억인 서명운동' 2차분 155개국 206만9천760명의 서명지를 일본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2013년부터 1억인 서명운동을 벌여온 정대협은 2014년 6월 1차 서명지 150만 명분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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