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부족에 생필품 가격 폭등…사나 공항은 폭격으로 활주로 폐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은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항구를 봉쇄하면서 수백만 명이 생필품, 식량 부족으로 위기에 처했다며 즉각 항구봉쇄 해제를 촉구했다.

예멘은 2012년 2월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의 축출 후 내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2015년 3월 사우디가 앙숙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개입하면서 내전은 국제전으로 변질했다.

사우디 동맹군의 항구봉쇄로 구호단체의 물품 전달까지 막히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커지자 사우디는 13일 예멘 정부가 통제하는 일부 항구의 봉쇄를 풀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인도주의 단체들은 여전히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제이미 맥골드릭 예멘 주재 유엔 인도지원 조정관은 14일 전화 브리핑에서 "700만 명이 기아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은 전적으로 외부의 식량 지원에 목숨을 의존하고 있다"며 "사우디의 봉쇄 조치로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맥골드릭 조정관은 "봉쇄 조치가 구호 활동에 미친 영향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사우디가 조건 없이 항구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이란이 후티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항구를 봉쇄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반박하면서 반군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우디는 구호물자가 가장 많이 전달되는 호데이다 항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어서 유엔이 무기 밀수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할 때까지 계속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맥골드릭 조정관은 사우디가 자국 지잔 항구를 통해 예멘 북부와 남부 아덴으로 구호물자를 전달하겠다고 내놓은 계획은 절차가 복잡하고 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위험하다면서 조건없는 봉쇄 해제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6개월간 90만 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예멘에서 구호단체들이 필사적인 노력으로 콜레라 추가 확산과 기근을 막았다며 항구봉쇄가 계속되면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멘에는 현재 2천800만 인구가 서너 달 먹을 수 있는 쌀과 밀가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휘발유는 각각 10일, 20일분만 비축돼 있다.

한편 14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정부군의 공습으로 사나 공항 관제 시설과 활주로가 파괴됐다고 후티 반군이 주장했다.

반군 측은 성명에서 관제 시설 파괴로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유엔과 국제단체들의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