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부조리한 경영승계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려는 것 같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의 연임이나 신규 선임 등 경영권 승계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설치해 향후 3년간 운영한다고 한다. 11일 가동될 혁신단 단장은 금융위의 국장급 간부가 맡고, 금융그룹 통합감독 정책을 관장할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 투명성 및 제도 개선을 담당할 '지배구조팀'으로 구성된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경영실태 검사를 완료해 그 결과를 해당 회사들에 통보했다.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엔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현 CEO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한다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EO가 유력한 경쟁 후보를 인사 조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혼자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간 논란이 돼온 금융지주 CEO의 '셀프 연임'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금융지주사나 은행의 CEO 임기는 통상 3년이다. 임기 만료 직전 차기 CEO를 뽑지만 '현역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많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최 위원장의 발언과 금융위의 혁신단 구성은 모두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 같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특정 금융지주 CEO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를 얘기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지주의 CEO 선임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2008년 출범하면서 CEO가 은행장에서 지주회사 회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두 직책의 권한과 역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승계 갈등을 겪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지주회사 회장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회장, 사장, 은행장이 모두 퇴진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과 시행령을 마련했고, 관련 내부 규칙을 통해 금융지주사의 CEO 승계 원칙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법령과 내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지난달 20일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노조가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KB금융 본사가 두 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주요 임원의 임용 적합성을 검사할 때 직접 면담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개선 이 미흡한 금융회사에는 적극적인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혁신단은 내년 초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한 뒤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하반기 중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한다. 관련 기구 설치가 뒤늦은 느낌이 있는 만큼 경영승계 투명성 제고 조치를 더 빠르게 진행하기 바란다. 특히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후보 추천 등 과정을 세밀히 정비해 CEO '셀프 연임' 논란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