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UWteJTLVq0]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전광판에 뭘 새기냐에 따라 영웅을 만들 수도, 인간 쓰레기를 만들 수도 있어. 그들이 원하는 건 이미지야."

범죄 스릴러 '골든슬럼버'가 베일을 벗었다. 2010년 판 동명의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평범한 남자가 테러범의 누명을 벗기 위해 사회권력에 맞서는 액션 스릴러다. 비틀스의 명곡 '골든슬럼버'가 모티브인 작품으로, 벼랑 끝에 몰린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주인공인 '건우'(강동원)는 사람 좋고 성실한 택배 기사다. 얼결에 아이돌을 구해주고 국민 영웅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기인 '무열'(윤계상)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그와 마주한 광화문 광장에는 대선후보가 유세 중이다.

오랜만에 본 고교동창은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어른이 되어 있다. 게다가 대선후보가 테러로 사망하고 범인으로 건우가 지목되도록 계획됐다는 등, 영문 모를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정말 후보가 암살당하고 건우는 쫓기는 공개수배범으로 전락한다.

누명을 벗으려 발버둥 칠수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다. 건우는 혼자서는 불가능한 싸움임을 깨닫고, 무열이 남긴 명함 속의 인물 '민 씨'(이의성)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최근 극장가에 '22년 후의 고백', '리틀 포레스트' 등 한일 리메이크 작품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리메이크는 기대치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연출자의 스타일을 부각하기에 좋은 무대다. 노동석 감독의 골든슬럼버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더하기 빼기에 공을 들인 느낌이다.

예쁜 일본판과 강렬한 한국판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 특유의 감성적 톤이 한국판에서는 역동적이고 모던한 톤으로 환기됐다. 같은 탈출기라도, 일본판은 역경을 '빠져나가는' 느낌이고 한국판은 '부수고 탈옥하는' 느낌이다.

일본판은 소소한 복선과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대낮에 사격용 귀마개를 한 남성이 엽총을 들고 추격해오거나,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별난 이유로 이별을 통보한다. 아름다운 불꽃놀이와 함께 사라진 인간성이 회복되는 날을 고대한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신뢰야'.

한국판은 메시지가 직접적이고 장르에 충실하다. 정계와 매스컴의 협업으로 사회적 희생양을 결정되는 사이클을 고발하고, 탈출과 생존을 당부한다.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다. 범인이 되어라. 이제 네가 실리콘을 훔치는 거야."

한국판에도 일본판 못지않게 감성적인 구간이 있다. 강동원과 한효주의 동물원 데이트 신이 그중 하나다. 마치 카메라 광고를 찍듯 뽀얀 색감과 풋풋한 감정 덕분일까. 스크린에 봄바람이 불었다.

사실 노 감독이 원했던 원작과의 공통점은 '주인공의 평범함'이다. 그러나 한국판의 강동원은 반듯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답답할 정도로 순수하고 평범한 일본판 주인공 '아오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 때문에 그를 둘러싼 일상의 리얼리티와 사회적 약자라는 대중적 지위를 강조해 '평범함'을 가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판 골든 슬럼버는 충실한 미장센이 장점이지만, 그 반작용으로 페이스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주인공이 공개수배범이 되고 도주를 거듭하는 동안의 분량이 상당하다. 중반이 넘어서야 하마다 가쿠와 에모토 아키라 등 아군이 활약하며 극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다행히 신작에서는 김의성이 두 캐릭터를 합친 민 씨로 페이스에 날개를 달았다.

그 밖에 테러용 장비가 드론에서 미니카로, 주인공이 구해준 아이돌이 여배우로 바뀌는 등 소소한 변화가 보인다.

한국판 골든슬럼버와 일본 원작 모두를 보는 걸 추천한다. 한국판을 먼저 보면 카타르시스가 있고, 일본판을 먼저 보면 작품 자체의 메시지를 캐치하는데 도움이 된다. 같은 소재가 다른 연출을 만나 어떻게 변신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영화 '골든 슬럼버'의 더욱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jw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