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금 납부 시기, 장원삼·이택근·이현승 현금트레이드와 일치

육성보다 눈앞 성적에 급급한 구단들, 히어로즈 '선수 장사' 부추겨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07년 국내프로야구에서 강팀으로 군림하던 현대 유니콘스가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선수들 봉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신 구단 매각에 나섰다.

KBO는 농협, STX, KT와 차례로 접촉했으나 가입금 등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특히 KBO는 세번째로 접촉한 KT와는 가입금 60억원에 합의점을 찾았으나 2008년 1월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구단 사장들이 가입금이 너무 적다며 승인을 거부해 결국 무산됐다.

당시 KBO는 현대 구단 운영에 출범 이후 25년 동안 적립한 기금 130억원을 몽땅 투입했으나 마땅한 인수 기업을 찾지 못해 7개 구단으로 줄어들 위기였다.

이때 등장한 이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창업투자사를 이끌던 이장석 전 대표이사였다.

창투업계에서조차 생소한 회사가 연간 수백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한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우려의 시각이 높았지만, 궁지에 몰린 KBO와 기존 구단들은 가입금 120억원을 내겠다는 이장석 전 대표의 호언장담에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그러나 히어로즈에 대한 우려는 금세 현실로 드러났다.

창단 직후 우리담배와 네이밍 마케팅 계약을 체결한 히어로즈는 가입금 120억원 중 10%인 12억원을 먼저 납부하고 2008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24억원씩, 2009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30억원씩 분할 납부키로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2008년 상반기 납부기일인 6월30일을 지키지 못했다.

"창단 과정에서 예상외로 돈이 많이 들었다"고 주장한 이장석 전 대표는 가입금 삭감을 요구하며 1주일 체납한 끝에 힘겹게 1차분을 냈다.

2차분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히어로즈는 2차분 납부일을 한 달여 앞둔 11월 14일 당시 주축투수인 장원삼을 삼성에 현금 30억원을 받고 트레이드한다고 발표했다.

'선수 장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신상우 KBO 총재는 트레이드 승인을 거부했고 히어로즈는 삼성에서 받은 현금 30억원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고 장원삼 몸값으로 2차 가입금을 납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장원삼은 1년 뒤 당초 금액보다 10억원이 줄어든 20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히어로즈의 마지막 4차분 납부일은 '뒷돈 트레이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히어로즈는 4차 납부 마감일을 하루 앞둔 2009년 12월 30일 LG에 현금 25억원을 받고 이택근을, 두산에는 현금 10억원을 받고 이현승을 각각 현금트레이드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는 4차분 가입금 30억원을 KBO에 납부하는 대신 서울팀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에 연고지 분할 보상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LG와 두산은 KBO로부터 연고 분할 보상금으로 27억원씩을 받기로 했는데, 히어로즈가 KBO에 가입금을 내는 대신 직접 두 구단과 선수 현금트레이드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KBO 패싱' 논란이 일자 LG와 두산이 히어로즈에서 받은 15억원씩을 KBO에 납부해 가입금 절차가 마무리됐다.

당시 현금트레이드는 발표와 달리 LG가 13억원, 두산은 20억원의 뒷돈을 히어로즈에 추가로 지급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선수를 팔아 가입금을 마련한 히어로즈는 이후에도 황재균, 고원준, 송신영 등 1군 주력 선수들을 계속 트레이드하며 SK 와이번스를 제외한 8개 구단으로부터 뒷돈을 총 131억5천만원이나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히어로즈 가입 당시 못마땅한 눈빛을 감추지 않았던 기존 구단들이 뒷돈까지 쥐여주며 '선수 장사'를 부추긴 것은 장기적인 선수 육성보다 눈앞에 성적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자금 능력이 없는 이장석 전 대표를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만든 이는 결국 각 구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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