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정보기관인 대외정보기구(MEIO)의 전 수장이 정권교체의 혼란을 틈타 거액의 선거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체포됐다.

29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방법원은 이날 반(反) 부패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하사나 압둘 하미드(61·여) 전 MEIO 국장에 대해 5일간의 구금 명령을 내렸다.

전날 오후 반부패위원회(MACC)에 체포된 하사나 전 국장은 올해 5월 총선에서 기존 집권 연정 국민전선(BN)이 참패하자 BN의 선거자금 160만 링깃(약 4억3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BN이 선거에 패하자 총리실 산하 조사국(MEIO의 다른 이름)은 보관 중이던 자금을 모처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금 일부를 가로챘다"고 말했다.

사건에 연루된 MEIO 소속의 다른 직원 7명은 이미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1960년대에 설립된 MEIO는 국내외 정보를 수집하는 300여명 규모의 총리 직속 정보기관이다. MEIO는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휘말린 나집 라작 전임 총리가 국내외 정적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MACC는 이달 초에도 총리실 보안요원 17명을 횡령 혐의로 체포했다.

MACC는 이들 역시 총선 직후의 혼란을 틈타 총리실 소속 고위 당국자의 금고에서 350만 링깃(약 9억4천만원)의 현금을 꺼내 나눠 가졌다가 뒤늦게 덜미를 잡혔다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는 문제의 자금에 대해 BN의 선거자금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지 일각에선 나집 전 총리가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패배로 권좌에서 쫓겨난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공적자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말레이 검찰은 지난달 4일 나집 전 총리를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이어 이달 9일 세 건의 자금세탁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첫 공판은 내년 2월 1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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