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영애(67) 제8대 국가인권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5일 3년 임기를 시작한다. 2001년 출범한 국가인권위 역사상 여성이 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며, 비법조인 출신이 수장을 맡은 것도 최초란 점에서 국민의 관심이 많다. 최 위원장은 1991년 한국 최초의 성폭력 전담 상담기관인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해 초대 소장을 지낸 것을 비롯해 서울대 여조교 성희롱 사건 대책위원장, 성폭력방지 특별법 제정 추진위원장 등도 맡으면서 성폭력 문제를 사회 이슈화해 여성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게다가 국가인권위 초대 사무총장과 상임위원도 역임해 인권위 사정에도 밝다니 향후 그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17년 전 김대중 정부 때 설립된 국가인권위의 역대 수장은 모두 남성 법조인이거나 법학자 출신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성위원장 발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올 초부터 들불처럼 퍼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이어진 사이버 성폭력 퇴치 요구는 남성 시각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인권 난제들이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단법인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해온 최 위원장이 양성평등 원칙에 근거해 우리 인권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그간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빈곤층·장애인·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탄압은 인권위가 지속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임을 강조한다.

국가인권위는 개인의 불가침적 인권에 대한 보호와 증진을 위해 입법부·사업부·행정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국가기구로 설립됐지만, 그간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을 권고 또는 의견 표명하며 우리 사회의 굵직한 현안에 대해 새로운 인권 기준 제시를 위해 힘썼다는 평가다. 반면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려다 실패한 데 따른 21% 인원 축소, 위원장의 자질 논란 등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그 결과 2004년 국가 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A등급을 받았던 한국 인권위는 2014~2015년 세 차례나 '등급보류'를 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기본권인 인권은 다른 어떤 가치와 바꿀 수 없는데도 이런 일이 빚어졌다는 것은 국제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현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가인권위의 규모를 2009년 축소 이전으로 되돌리고 개헌을 통해 헌법 기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 당시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대통령 보고도 부활하겠다고 했으니 신임 최 위원장이 일할 여건은 과거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이런 환경에다 남다른 자질과 경험을 잘 보태 인권위의 기능을 크게 신장시켜 주길 희망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도 촉구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역할도 기대한다. 최 위원장은 그간 탈북자 인권 보호를 위해서도 남다른 활동을 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