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선거자금도 이미 1천만달러 이상 모금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주요 인사인 람 이매뉴얼(58) 시카고 시장이 돌연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매뉴얼 시장은 4일(현지시간) 시카고 시청에서 "시카고 시장직은 일생일대의 직업이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기며 불출마를 공표했다. 그의 곁엔 평소 언론을 회피해온 부인 에이미 룰이 함께 했다.

이번 가을 막내딸을 대학에 진학시킨 이매뉴얼 시장은 "아내와 나는 인생의 새로운 장을 써나가기로 결심했다. 세 자녀와 가정에 더 충실해지고 싶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매뉴얼 시장의 이날 발표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내년 2월 치러지는 선거를 2년 앞둔 지난해, 이미 '3선 도전'을 선언하고 '자금 모금의 귀재'답게 이미 1천만 달러(약 110억 원)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10명이 넘는 경쟁 후보의 선거자금 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5배가 넘는 돈이다.

그는 지난주 1천400명으로 구성된 선거 캠페인 자원봉사단을 꾸리고 시장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한 지지자 서명(최소 1만2천500개)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카고 남부의 종교계·시민단체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노동절인 전날, 흑인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고립과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만성적 총기 범죄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이매뉴얼 시장 퇴진 촉구 시위를 벌였으나,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을지 누구도 예측 못 했다.

유대계인 이매뉴얼은 2011년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특별 신임을 받는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으로 흑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화려하게 취임했다.

하지만 독단적인 시정 운영과 가진 자들만의 정치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주민 불만이 점차 고조됐다. 요란하게 추진한 공교육 개혁·공직자 개혁 조치는 실패로 돌아갔고, 소수계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도시 남부와 서부에서 하루 10명 이상이 총에 맞아 평균 2명이 목숨을 잃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면서 치안 불안은 도시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이매뉴얼 시장은 2015년 재선을 앞두고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 사살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이매뉴얼은 게리 맥카티 경찰청장 해고로 상황을 일단 수습했으나 일각에서는 권력 유지를 위해 검찰과 경찰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책임을 피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사건의 피고인인 제이슨 반 다이크 전 시카고 경찰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4일 배심원 선정 절차가 시작된 점도 이매뉴얼 시장의 3선 불출마 선언과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반 이매뉴얼' 정서가 고조되면서 시카고 시장 선거에 13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이 중에는 2015년 이매뉴얼 손에 해고된 맥카티 전 경찰청장도 포함돼있다.

또 팻 퀸 전 일리노이주지사(민주)는 "이매뉴얼 3선 연임 금지"를 위한 청원 운동을 전개, 주민소환 투표 발의에 필요한 5만2천533명 이상인 8만7천355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지난 주 법원에 제출(유효 서명 5만4천995개)했다.

리처드 M.데일리 전 시카고 시장의 선거자금 모금책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은 이매뉴얼은 탁월한 모금 능력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클린턴 대통령 당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냈고,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오바마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백악관 실세', '오바마의 오른팔' 등으로 불렸다.

그는 6선 연임으로 22년간 시카고 시장을 지낸 데일리가 7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급히 백악관을 나와 출사표를 던졌고, 2011년 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매뉴얼은 한때 2016 또는 2020년 대권 도전설로 관심을 모았고, 2016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오바마 퇴임 후 존재감이 약해졌다. 이매뉴얼은 시카고 남부의 국립사적지, 잭슨공원에 기념관을 세우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업을 후방 지원해왔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