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니츠 사태 후 지지율 상승…대연정 참여 사민당 제쳐

독일 당국, 사태수습 안간힘…메르켈, 조만간 켐니츠 방문 예정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극우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논란의 중심에 설수록 세력을 불려왔다.

지난해 9월 총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4연임을 노리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안정적인 지지율 속에서 민감한 정책 논쟁을 피해갔다.

이 때문에 '수면유세'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사회민주당의 총리 후보였던 마르틴 슐츠는 끊임없이 이슈를 제기하고 메르켈 총리를 자극해봤지만, 끝내 그를 '링'으로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전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AfD였다. AfD 측 인사들은 끊임없이 인종차별적 발언과 나치 미화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기성 주류 정당과 언론은 AfD를 맹비난했지만 AfD의 존재감만 부각했다. AfD에 호감을 느끼거나 기성정당에 극심한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AfD에 대해 우호적이고 난민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편식했다.

결국, AfD는 총선에서 12.6%의 득표율로 92석을 차지해 제3정당으로 원내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최근 AfD가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AfD의 '텃밭'인 동부 작센 주의 소도시 켐니츠에서 벌어진 극우세력의 소요사태로 인해서다.

켐니츠에서는 지난달 26일 거리 축제 참가자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져 한 독일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용의자로 이라크, 시리아 출신의 두 남성이 체포됐다.

이에 AfD의 지지단체로 반(反)이슬람을 표방한 페기다 등 극우단체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난민과 이슬람에 반감을 품은 시민들을 선동해 27일 대규모로 폭력시위를 벌였다.

AfD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일 페기다와 함께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튀링겐 주의 AfD 대표인 뵈른 회케 등 AfD의 주요 정치인들이 침묵시위의 앞줄에 섰다.

켐니츠에서 보인 극우세력의 결집력과 조직력에 독일 사회는 요동쳤다. 메르켈 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언론 등은 폭력시위를 성토했다.

브레멘 주와 니더작센 주 당국은 AfD의 청년 그룹을 상대로 증오를 부추긴다는 혐의로 감시에 들어가기도 했다.

켐니츠에서의 폭력사태에 집중해온 언론은 AfD에 대한 감시 논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러나, AfD의 세력은 논란 속에서 커졌다. 여론조사에서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일(현지시간)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인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AfD의 지지율은 17.5%로, 대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16.0%)을 제친 것이다.

기민·기사 연합의 지지율은 28.5%였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지지율은 총선 이후 조금씩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AfD는 오는 10월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도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에른 주의 제1당인 기사당이 난민 강경책을 내놓으며 AfD를 견제하고 있지만, 기사당의 지지율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년 작센 주 선거에서도 AfD가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AfD가 지난 총선 당시 작센 주에서 얻은 득표율은 27%에 달한다.

AfD와 극우단체가 세를 확장하고 과시하는 가운데, 독일 당국은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조만간 켐니츠를 방문할 예정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연방정부 대변인은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AfD의 주도로 열린 1일 침묵시위는 켐니츠 살인사건 피해자의 추모와 최소한의 연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폭력적인 극우주의자들과 신(新)나치가 벌인 시가행진은 민주국가인 독일에 대한 증오의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모든 시민이 목소리를 높여 결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민사회에서도 극우세력의 발호에 대해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3일에는 켐니츠에서 6만5천 명의 시민이 극우세력에 반대하는 콘서트에 참여했다.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