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채택 OECD 회원국 중 특례제도 운영하는건 한국이 유일

터키·그리스 돈 내고 군면제 가능…이스라엘은 대체복무 허용

유럽 징병제 국가들, 군복무 거부감 약해 병역특례 두지 않아

(유럽·중동 종합=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병역특례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외국의 병역제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병역제도는 크게 직업군인을 모집하는 모병제와 국가가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강제로 부여하는 징병제로 나뉜다. 국가마다 처한 안보와 경제상황, 인구사정 등에 따른 것으로, 중동과 유럽국가에서 징병제를 채택한 국가가 많다.

이들 징병제 국가는 각국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라 기여금 납부 등의 형태로 병역을 면제받는 길을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체육·문화계의 병역특례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징병제를 택한 국가는 13개국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면제 또는 혜택을 주는 나라는 없다.

현재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병역면제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 16강전에서 우리나라와 맞붙은 이란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월드컵 등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이상,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자에게 체육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병역특례 제도를 운영해온 대만은 69년간 이어져온 의무징병제를 폐지하고 올해 1월1일부터 지원병제로 전환하면서 제도 자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가정환경과 건강, 종교 문제를 사유로 한 대체복무 제도가 유지되고는 있으나 이 역시 출생인원의 감소 등 사회적 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 역시 2019년에 폐지된다.

외국에서 운영하는 병역면제 제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돈 내고 군대 안가는 개념의 이른바 '기여면제'다.

터키의 경우 1만5천∼2만리라(250만∼340만원)의 기여금을 받고 병역을 면제해주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운동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게 아니라 모든 징병 대상자에게 적용된다. 또 해외에 체류하면서 3년 이상 취업(사업)한 사람은 일정 금액을 부담하고 군사훈련을 거치면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터키를 가상의 주적으로 삼는 그리스는 남성이 9개월 동안 군대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2004년부터 만 35세를 넘은 미필자가 8천505유로(약 1천120만원)의 병역세를 납세하면 군 면제가 가능하다. 다만 기간을 17개월로 늘리면서 대체복무도 허용하고 있다.

운동선수가 체육부대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로는 이스라엘도 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이지만, 정통파 유대교 신자인 여성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고, 전쟁을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도 인정해주고 있다. 이공계 인재들을 대상으로 군복무 기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초정통파(Ultra-Orthodox) 유대교도들이 유대학교(예시바)에 재학하는 경우 종교적 학문 추구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지만, 작년 9월 대법원이 이들에게 병역을 면제하는 법률이 위헌이라며 폐기하라고 판결하면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중동의 군사강국인 이집트는 체육특례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과거 세계적인 축구 스타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가 총리 직권으로 면제를 받은 적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에서도 징병제는 점차 확산하는 추세이지만 국위 선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하는 특례제도는 아직 없다.

유럽에서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의 경우 군 복무에 대한 거부감이 한국보다 훨씬 약해 '포상'개념의 예술·체육분야 병역특례 제도가 없다.

스위스에서는 사병도 34세까지만 의무 복무를 채우면 되므로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지속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또 신체·건강상 이유로 군 복무가 면제되면 장애인이 아닐 경우 30세가 될 때까지 소득의 3%를 국방세로 내야 하는 제도도 특징이다. 이런 제도적 장치 때문인지 스위스에서 병역을 기피하는 현상은 거의 없다.

오스트리아는 2013년 징병제 폐지 국민투표에서 반대여론이 높아 징병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모병제로 갈 경우 중립국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징병제를 기본으로 유지하지만, 병역 문제가 큰 논란거리는 아니다. 군인이 2만5천명 정도로 적고 복무 기간이 12개월인 데다 군 복무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많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노르웨이 체육·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NIF)와 국방부가 선수들의 군 복무 면제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2005년 2월부터 시행 중인 점이다. 스포츠가 주된 직업인 경우 '성적과 무관하게' 올림픽위원회와 국방부 징병센터의 심사를 통해 면제될 수 있는 제도로, 국제 스포츠대회 수상자에게 일종의 보상 성격으로 병역을 면제하는 한국과 다르다.

덴마크는 군 복무 기간이 4∼12개월에 불과해 특례제도가 없다. 이밖에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등의 유럽 국가는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한 형태이고 징병제 군인의 복무 기간은 1년이다.

러시아 역시 체육 및 예술 분야 수상자에게 병역을 면제해주는 특례제도는 없다.

전반적으로 체육·문화분야의 엘리트들에게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특례를 주지는 않는게 세계적 추세로 볼 수 있다. 다만 부분적인 병역혜택 등 각론상의 제도적 운영은 각국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국내적 여론의 추이에 달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모스크바 유철종, 브뤼셀 김병수, 제네바 이광철, 로마 현윤경, 테헤란 강훈상, 이스탄불 하채림, 카이로 노재현 특파원, 타이베이 김철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