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 신작 소설 '연애의 기억'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 신작 '연애의 기억'(다산책방 펴냄)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소설은 19세 청년과 48세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을 그렸다. 출판사 측은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이제 일흔 즈음에 접어든 남자가 50여 년 전 첫사랑을 회고하며 시작한다. 소설 도입부는 '디 온리 스토리(The Only Story)'라는 원제의 뜻을 이렇게 설명해준다.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14쪽)

1960년대 초 열아홉 살 대학생 폴은 여름방학을 보내려 런던 교외에 있는 본가에 내려온다. 무료하게 지내던 중 어머니 권유로 이 지역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되고, 복식조 파트너로 48세 여인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폴은 자신감과 위트가 넘치는 수전과 만나 이야기할수록 점점 빠져든다. 수전 또한 폴에게 애정을 느낀다. 게다가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쓴다.

결국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수전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점점 더 고통을 느끼는 그녀를 바라보며 역시 괴로워한다. 그래도 그 시절 쓴 노트 한쪽에는 이런 문구가 남아 있다.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세 개 장으로 나뉜 소설에는 장마다 다른 시점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장에서 주인공 폴은 1인칭으로 과거 자신의 모습을 기꺼이 마주한다. 그러나 두 번째 장에서는 행복이 사그라지는 자리에 파고드는 고통을 '너'라는 2인칭으로 옆에서 지켜보듯 덤덤하게 들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점점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급기야 3인칭으로 한 발 더 물러서 냉정하게 보여준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 소설이 나온 뒤 영국의 한 매체는 작가의 오랜 친구를 인터뷰해 작가가 실제로 10대 후반에 50대 초반의 여인을 만나 마음이 끌린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설을 옮긴 번역가 정영목은 '옮긴이의 말'에 "(…) 아마 이 소설의 맨 마지막 지점에 이르면 독자들 다수가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이것이 정말로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여러 번 곱씹어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 이야기 외에 또 무슨 이야기냐, 하고 묻는다면 똑 부러지게 답하는 것 또한 무척 곤란한데, 이런 곤혹스러움을 안겨주는 것이 반스 이야기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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