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국지성 호우가 전국 곳곳을 휩쓸고 간 뒤 공사장 구조물 붕괴나 땅 꺼짐 현상이 잇따르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는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근처의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 수십 명은 사고 직후 임시대피소로 긴급대피해 화를 면했지만,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사고가 한밤중에 일어나 122명의 원생과 유치원 관계자들이 한 명도 다치지 않은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다. 소방서 등 당국은 최근의 많은 비로 공사장 지반이 물러지면서 설치 중이던 흙막이 옹벽이 무너졌고, 유치원을 떠받치던 지반 일부도 함께 쓸려가면서 건물이 기운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고 한다.

이번 사고 역시 전조가 있었는데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치원 측은 "지난달 22일 유치원 바닥에 30~40cm 크기 균열이 발생해 다세대주택 시공업체에 항의했지만, 업체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치원 원장은 앞서 6~7월 진행된 두 차례 구조 안전진단에서 별문제 없다가 8월 세 번째 진단에서 큰 균열이 발견되자 지난 5일 다세대주택 시공사·동작관악교육지원청·구조안전진단업체 등 관계자와 함께 모여 대책회의까지 열었지만, 끝내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이 나서 누가 어떻게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규명해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새벽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대형 오피스텔 공사장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주민 수백 명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땅 꺼짐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붕괴해 토사가 유출되면서 주차장 지반이 가라앉았다는 초기 조사결과는 상도동 사고와 거의 판박이다. 이밖에 경기도 의정부시·구리시, 광주광역시 남구 등에서도 최근 도로 땅 꺼짐이 잇따라 지게차 운전자가 부상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주민 불안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김부겸 행정안전부는 7일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달 26일 이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와 지반침하와 시설물 붕괴 위험이 상존해 있다"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사장과 흙막이 등 취약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을 요청했다. 상도동 사고 현장에는 국립재난연구원 원인조사실장을 파견해 조사를 지원토록 했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뒤늦은 조치는 만시지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고 초기 단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후속 피해를 막을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전 지구적 기상 이변으로 앞으로도 전국에 폭우가 잦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행 중인 정밀 사고조사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취약시설에 대한 근본적 안전대책을 세워 신속히 실행하기 바란다. 또 기본적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큰 사고가 날 경우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