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주년 하반기 투어 시작한 조용필…"지금이 팬들 파워 가장 센 것 같아"

"누구나 따라부를 신곡 내고 싶어…라디오 출연은 21세기 처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충격이죠. 전에 싸이가 빌보드에 올랐을 때도 너무 놀랐잖아요. 이런 일이 또 있을까 했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저뿐 아니라 모두 깜짝 놀랐죠."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68)이 빌보드 정상에 두 번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조용필은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탄소년단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외모까지 조건을 갖춘 친구들"이라며 칭찬했다.

조용필은 1986년 일본에 진출해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원조 한류' 가수로 불린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조용필의 50주년 축하 영상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하면 될지 몸소 실천해주셔서 후배로서 정말 든든하다"고 존경을 표했고, 조용필은 지난달 방탄소년단의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 꽃바구니를 보내 축하했다.

그는 "(꽃바구니를) 보낼 만하다. 보통 가수가 아니다. 가요계 선배로서 축하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음악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나가고 젊은 사람들이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니 음악이 좋다면 앞으로도 빌보드에서 성과를 거두는 가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론 한국어 노래이긴 하지만, 요즘엔 가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미권 노래도 히트하는 걸 보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조용필은 올해 5월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펼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수원, 대전 등지를 돌며 하반기 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요즘 아이돌 못지않은 관객들의 호응에 대해 "50주년인데 지금이 팬들 파워가 가장 센 것 같다. 올해가 가장 열광적이었다"며 "연령층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가장 많은 것 같은데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그런데 같이 온 자녀들이 20대"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관객이 주는 강력한 힘을 강조했다.

"공연할 때는 제 에너지보다 강력한 힘이 있어요. 관객이 제게 주는 힘이죠. 물론 스튜디오나 체육관 등 공간에 따라서 힘이 더 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긴 하죠. 작은 공간이 몰입하기 좋지만 넓은 곳이 파워가 더 좋듯이요. 그래도 가장 엄청난 힘은 관객이에요."

그는 1980년대 '오빠' 부대를 이끈 가수다. 지금도 중장년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오빠", "형님"이라고 외치며 호응한다. 팬덤을 50년간 끌고 가는 비결을 묻자 "모르겠다. 노래하니 자연스럽게 팬들이 따라왔다. 저도 계속 사랑해주시는 것이 의문이다. 그런데 공연을 본 사람은 여러 번 봤고 안 본 사람은 한 번도 안 봤다고 한다"고 웃었다.

지난 5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2003년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꼽았다.

그는 "비가 너무 와서 무대가 전부 물이었고 모니터까지 전원이 나갔다"며 "너무 힘들었지만, 관객이 끝까지 안 가니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공연은 늘 하던 것이지만 더 힘든 것은 앨범 작업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2013년 19집을 내고 '헬로'(Hello)와 '바운스'(Bounce)가 널리 불리면서 신구 세대 통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5년간 신보 소식은 없었다.

대중의 기대치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엄청나다. 힘들다. 미치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제 운명이거니 하며 살지만 힘든 건 앨범, 음악이죠. 원래 9월 50주년 행사를 하려고 '선 앨범 후 공연'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5월에 공연해야 한다 해서 제 고집만으로 갈 수는 없었죠.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없어 모든 걸 접고 공연을 해 앨범은 스톱 상태에요. 12월 공연이 끝나면 다시 시작하려고요."

자기 곡을 리메이크할 계획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리메이크도 멜로디만 남기고 리듬, 톤 등을 바꾸니 곡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며 "10년 후에도 들으려면 요즘 보다 더 앞서게 만들어야 한다. 신곡을 만드는데 그것까지 하려면 제 나이가 있어서 힘들다. 맡기면 되는데 일일이 참견해야 하는 성격이어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공연하고 나면 무대를 풀샷으로 찍은 영상을 다음 날 돌려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계속 수정할 정도로 치밀한 성격이다.

조용필은 올해 기념 투어뿐 아니라 KBS 2TV '불후의 명곡'에 모습을 비췄고, MBCFM4U(91.9㎒)의 조용필 50주년 헌정 방송 일환으로 오는 19일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도 출연한다. 그는 1991년 13집 '꿈'을 끝으로 방송 중단을 선언한 뒤 14집부터는 공연 무대로 돌아갔다. 또 "노래하는 사람이 올해는 못 탈까 봐 걱정하는 게 싫다. 그런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1987년부터 방송사 시상식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는 "방송을 안 하다가 했는데 하루에 '불후의 명곡' 3주 분량을 찍었다"며 "올해 초 건강이 제일 안 좋은 상태였는데 9시간 연속 녹화하니 멍해지더라. 무대를 보면서 평도 해야 하고 옛날 이야기도 해야 해서 복잡했다"고 웃었다. 또 "라디오는 1990년대에 출연한 뒤 21세기엔 처음"이라며 "2시간 동안 출연하는 거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50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말했다. 그러나 동료 가수들과 배우, 방송인들은 그의 50주년을 축하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국보', '살아있는 역사', '음악 교과서' 등 찬사를 보냈다.

그는 "과대평가도 있고 부풀려져 속으로는 창피하다"며 "음악을 좋아서 한 것뿐이고 기록을 남기려 한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과하게 평가해줘 무척 감사하다. 아무래도 후배 가수나 연기자들이 자신도 50주년까지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고 싶다란 생각으로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앞으로 활동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는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국민 가수, 국민 아이돌, 국민가요라고 하잖아요.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제게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새로운 것으로요. 예전보다 앨범을 내는 속도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거죠. 도전해보는 겁니다."

그러나 그는 창작에 대한 변함없는 열의를 보이면서도 "젊었을 때 창작의 고민이 컸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점점 힘들어진다. 자책감이 들 때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무대 조명 때문에 색안경을 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부터 댓글을 본다, 머리숱이 많았는데 줄었다, 염색을 조금 오래 안 했더니 팬들이 난리가 났다는 에피소드까지 사담도 곁들였다.

조용필은 10~11월 지방 공연을 한 뒤 12월 15~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45주년을 하면서 50주년을 못할 것 같았는데, 지금으로선 55주년은 못하겠어요. 하하하."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