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연비·화력발전 규제 완화 이어 3번째 反환경정책…'오바마 기후변화 대응책' 뒤집기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김문성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 배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백지화하는 것으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11일(현지시간) 메탄 배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고 AP와 블룸버그 통신,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에너지기업들이 원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유정이나 가스정, 관련 시설에서 메탄 누출을 점검해야 하는 횟수가 기존 연 2회에서 1회로 줄어든다. 생산량이 매우 낮은 유정이나 가스정은 2년에 한 번만 점검하면 된다.

또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의 메탄 규제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령, 연방정부보다 낮은 수준의 환경 기준을 운용하고 있는 텍사스주에서 활동하는 기업체는 텍사스주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PA는 이런 규제 완화로 2025년까지 연간 7천500만 달러(843억 원), 총 4억8천400만 달러(5천443억 원)의 규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0여 개 에너지기업을 회원사로 둔 서부에너지연맹의 캐슬린 스감마 회장은 "기존 규제는 큰 부담이 됐고 관료적 형식주의로 가득 찼다"며 EPA의 발표 내용을 환영했다.

그러나 EPA는 석유와 가스 시설에서 2019∼2025년 38만t의 메탄이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는 이산화탄소와 다른 화석연료가 3천만t 이상 배출되는 것과 같다.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지구온난화를 촉발하는 효과는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산화탄소와 비교하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25배에 달한다.

비영리단체인 미 환경보호기금의 메탄 전문가 맷 왓슨은 "또다시 트럼프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복지보다 석유·가스업체들의 이익을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메탄 배출 규제 완화는 제정신이 아니고 범죄 행위에 가깝다"라고 비난했다.

앞으로 60일간의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될 이번 규제 완화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지해온 반(反)환경 정책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반환경 정책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자동차 연비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을 폐지했고, 지난달에는 석탄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화력발전소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3년 기후변화 행동 계획'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모두 뒤집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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