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선화랑서 '조각일로 사제동행'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 나이로 아흔 살인 조각가 전뢰진의 작업실에는 먼지가 내려앉은 낡은 의자가 있다.

이 의자 위에는 특이하게도 신문지가 차곡차곡 쌓였다. 먼지가 보일 때마다 작가가 신문지를 한 장씩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 앉아 휴식도 취하고 제자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홍익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전뢰진에 대해 제자들은 작업실 의자처럼 푸근하고 소박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가 약 70년간 망치로 만든 돌조각 작품은 따스하고 정겹다.

전뢰진 조각 인생을 회고하는 전시 '조각일로 사제동행'(彫刻一路 師弟同行)이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12일부터 열린다.

전시 제목처럼 작가가 만든 조각 15점과 미공개 드로잉 100여 점, 제자 20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 한편에는 전뢰진 작업실을 대형 사진으로 재현하고, 미완성 신작도 가져다 놓았다.

작가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웃으며 "옛날보다 기력이 쇠해졌는데, 작품에도 그런 면이 반영되는 것 같다"며 "전시를 마련해준 제자와 화랑, 조각 작품을 보러 오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 재료로 돌에만 관심을 두는 데 대해 "돌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인연인 듯하다"며 "내 작품을 미술관에서 보니까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미술관 측은 "전뢰진 작가는 한국 현대 조각에서 독보적 존재"라며 "온화하고 반듯한 품성이 작품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맞아 한길사는 전뢰진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책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를 출간했다.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가 글을 썼고, 전뢰진이 그린 드로잉과 사진작가 김민곤이 촬영한 사진을 담았다.

고 교수는 "성자(聖者)의 대다수는 특별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작은 일을 평생 성실하게 한 사람들"이라며 "전뢰진은 단 하루도 작업을 하지 않은 날이 없다. 그가 작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제자들의 전시 오픈을 축하해주기 위해 외출할 때뿐"이라고 적었다.

전시는 29일까지. 문의 ☎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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