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난 동료 우주인 조기 지구귀환 명분 만들려"…러 부총리 "성급한 결론 위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달 말 다국적 우주인 6명이 체류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공기가 밖으로 유출돼 내부 압력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 중인 러시아 우주 당국이 ISS에 체류 중인 미국 우주인이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에 고의로 구멍을 냈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 매체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러시아 우주 당국은 논평을 거부했고, 러시아 부총리는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이날 우주분야 소식통을 인용해 ISS에 도킹 중인 러시아 '소유스 MS-09' 우주선 구멍 발생 원인을 조사해온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특별위원회가 미국 우주인들이 우주선 벽에 고의로 구멍을 뚫었을 가능성을 유력한 가설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우주인들이 병이 난 동료를 지구로 조기 귀환시키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ISS 내부 공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나도록 소유스 우주선에 드릴로 구멍을 냈을 것이란 가설이다.

거주 공간으로 활용된 구멍이 난 우주선 섹터는 지구 귀환 과정에서 대기권에서 연소하기 때문에 증거가 남지 않으리라고 봤을 것이란 설명도 곁들여졌다.

현재 ISS에는 러시아인 2명, 미국인 3명, 독일인 1명 등 모두 6명의 우주인이 체류 중이다.

만일 이 같은 가설이 확인되면 우주에서의 미-러 협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최근 미-러 관계가 '제2의 냉전' 수준으로 악화한 가운데서도 우주는 유일하게 양국 협력이 유지되는 분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연방우주공사는 이러한 언론 보도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공사 대변인 블라디미르 우스티멘코는 "특별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까지 미국 우주인들의 의도적 우주선 훼손 가설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우주 분야를 담당하는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도 이날 미국 우주인들이 소유스 우주선 훼손에 연관됐다는 근거 없는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보리소프는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자들에게 논평하며 "우리 우주인이나 미국 우주인에 대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현재 (사고조사)위원회가 활동하고 있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어떤 선고를 내려서도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선) 제작 과정에서의 결함이 (구멍 발생의) 원인일 수도 있고, 가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면서 "ISS는 어떤 정치적 이견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통일된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어떤 딱지를 붙이거나 '마녀'를 찾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이 우주선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내부 압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포착했다.

이에 모든 우주인이 공기 유출 근원지를 찾는 작업을 벌였고, 그 결과 지난 6월 ISS로 올라와 우주정거장과 도킹해 있던 러시아 소유스 MS-09 우주선에 지름 2mm 정도의 미세한 구멍 2개가 생겨 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우주인들은 선장인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 앤드루 포이스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폐접착제와 의료용 거즈, 덕트 테이프 등을 이용해 구멍을 때우는 작업을 벌여 일단 공기 유출은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러시아 우주 당국은 우주선에 생긴 미세 구멍이 소형 운석과의 충돌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 작업을 해왔다.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