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 교회가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 추문과 이를 은폐한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가운데, 교황이 내년 2월 각국 사제 대표들을 교황청으로 소집해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교황청은 내년 2월 21∼24일 교황청으로 각 나라 가톨릭 교회의 최고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 대표를 불러모아 교회 내 성학대 예방과 아동 보호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내부 개혁 작업을 돕는 9인 추기경자문단의 사흘 간에 걸친 회동 마지막 날 이뤄진 것이다. 교황의 측근인 추기경 6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가톨릭 교회를 뒤흔들고 있는 성 학대 추문을 주요 의제로 교황과 폭넓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회동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미국과 칠레, 호주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의혹이 속속 불거지며 2013년 즉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주내 6개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2년간 조사한 끝에 지난 1940년대부터 70년에 걸쳐 301명의 성직자가 1천 명이 넘는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고, 가톨릭 교회는 이런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달 발표함으로써 가톨릭 교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보고서 공개 직후 13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 앞으로 이례적인 서한을 보내 "사제들에게 어린 시절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묵살됐다"고 인정하며, 이런 일의 재발과 은폐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가톨릭의 성 학대 추문은 곧이어 지난 달 26일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출신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폭로로 교황에게까지 불똥이 튀며 가톨릭 교회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형국으로 흘렀다.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맹렬히 비판해온 보수파의 일원인 비가노 대주교는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보낸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직후부터 시어도어 매캐릭 전 워싱턴 대주교(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교황의 퇴위를 촉구했다.

한편, 교황은 오는 13일 바티칸에서 미국 가톨릭주교회의 의장인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숀 패트릭 오말리 미국 보스턴 대주교(추기경) 등 미국 가톨릭 교회 대표단을 만나 매캐릭 전 추기경을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지난 달 18일 디나르도 추기경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디나르도 추기경은 교황에게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추행 및 은폐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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