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유해발굴에 고고학계 참여할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과 북이 19일 교환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비무장지대(DMZ) 내 역사유적 공동조사와 발굴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면서 '태봉국 철원성' 조사가 가시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합의서는 "비무장지대 역사유적을 민족 정체성 회복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공동조사를 추진한다"며 "공동조사와 관련해 지뢰 제거, 출입과 안전보장 등 군사적 보장대책을 마련한다"고 명시했다.

이른바 '궁예도성'으로 알려진 태봉국 철원성은 궁예(?∼918)가 강원도 철원에 수도를 정한 905년부터 918년까지 사용한 도성이다.

궁예가 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성을 옮길 당시 국호는 마진(摩震)이었으나, 태봉(泰封·911∼918) 시기에 도성이 준공됐을 가능성이 크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태봉국 철원성은 공교롭게 동서로 군사분계선이 지나면서 반토막 났고, 그에 더해 남북으로 경원선 철도가 가로질러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유적이다.

전반적 형태는 사각형 이중 구조로, 내성과 외성 길이는 각각 7.7㎞와 12.5㎞로 추정된다. 외성을 기준으로 성벽 길이가 동서 2.75㎞, 남북 3.6㎞로 알려졌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같은 조선시대 인문지리지에 소개됐으나 1917년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철원지도, 1951년 미군이 촬영한 항공사진을 제외하면 구체적 면모를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학계가 문화재 분야 장기 미제이자 숙원 사업으로 보는 태봉국 철원성 조사는 남북 관계가 좋아질 때마다 그것을 실천할 장소로 지목됐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태봉학회장인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철원성 발굴은 남북 화해와 평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될 수 있다"며 "고려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철원성은 당나라 장안성이나 발해 상경성처럼 평지에 조성됐는데, 한반도에 철원성만큼 큰 평지성은 없다"며 "조사가 이뤄지면 철원성이 상경성처럼 바둑판 형태로 구획한 도시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태봉은 역사적으로 과도기적 국가였다"며 "발굴조사로 많은 유물이 드러나면 역사적 사실이 풍부해지고 심도가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태봉국 철원성 발굴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도 조사단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조 교수는 "지뢰 제거는 철원성 조사를 가능케 하는 기초 작업"이라며 "지뢰가 폭파하면 유적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한이 철원 비무장지대 내 시범지역에서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한 뒤 내년 4월에 착수하는 유해 공동 발굴에 고고학계가 참여할지도 주목된다.

고인골을 연구하는 김재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단순한 유해발굴을 벗어나 미래를 대비해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 고고학 지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사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도 가치 있는 일이 되리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태봉국 철원성 발굴은 무엇보다도 평화적 의미가 크다"며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