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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명칭건물 보편화…뒤로가는 충남대

송고시간2006-02-11 09:00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최근 충남대가 기부자의 법명을 딴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의 명칭을 변경키로 한 가운데 국내 곳곳에서 기부자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보편화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대학들의 경우는 등록금에만 학교 재정을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개인,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건물을 짓거나 설비, 장서 등을 기증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KAIST `정문술 빌딩' 대표적

대전지역에서는 대표적인 기부 빌딩으로 지난 2003년 10월 준공한 KAIST `정문술 빌딩'을 꼽을 수 있다.

정문술 빌딩은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 전 회장이 IT와 BT간 융합기술 분야 고급 인력을 양성해 달라며 KAIST에 기부한 300억원 가운데 11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11층에 연면적 9천여㎡ 규모로 지은 건물이다.

서울대는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호를 딴 호암관이 캠퍼스 안에 자리하고 있고 최근에는 태성고무화학 창업자인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이 회사를 매각한 자금을 전자도서관 건립을 위해 기증해 `신양학술정보관'을 개관했다.

연세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소장 장서와 아태재단 재산을 기부받아 김대중 도서관을 열었고 LG 구자경 명예회장의 호를 딴 상남 경영관도 있다.

고려대의 경우는 `김승유 강의실', `박현주 라운지' 등 각 강의실이나 세미나실 등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놓아 기부효과를 높이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지원을 받아 기업 명칭을 붙은 대학 건물들은 이미 보편화된 상황으로 충남대에도 `KT&G 농생명공학관'이 있다.

▲미국 등 해외에는 일반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학 건물명칭이 사람 이름으로 시작되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내 최상위권 경영대학원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경우 1880년대 이 학교 설립에 결정적 도움을 준 기업인의 이름이다.

와튼스쿨이 사용하는 건물명칭도 `헌츠만 홀'인데 이 역시 미국내 대표적 화학업체 대표인 헌츠만(Huntsman)의 기부로 탄생했다.

뉴욕에 있는 콜럼비아대학도 경영대학원 이름은 기업가 이름을 딴 `유리스 홀(Uris Hall)'이며 건축대학 건물인 `에이버리 홀(Avery Hall)'도 유명 건축가 에이버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철강왕 엔드류 카네기의 `카네기 대학'과 석유왕 록펠러의 `록펠러재단'은 이미 기부문화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연정국악문화회관'과 `평송청소년수련원'

대전 시민회관에서 지역 국악공연의 메카로 바뀐 `연정국악문화회관'도 국악의 대중화와 국악연구에 한평생을 바친 고(故) 연정(燕亭) 임윤수 선생의 호에서 따온 명칭이다.

임 선생은 지난 81년 평생을 수집해온 국내 최고의 `악학궤범'과 국내 유일의 가야금 악보집인 `졸장만록', 500년이상 된 거문고 등 2만여점의 귀중한 국악자료를 대전시에 기증, 대전시립 연정국악원을 설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전 서구에 있는 `평송청소년수련원'도 고(故) 평송(平松) 이남용 선생의 기부정신으로 설립된 문화공간이다.

이 선생은 1955년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도매시장을 설립해 1974년 충남 수퍼체인 주식회사를 경영하는 등 지역 유통사업의 선구자로 평소 교육사업에 깊은 관심을 가져오다 1990년 평생 모은 재산 30억원을 청소년회관 건립기금으로 대전시에 기부했다.

대전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들어 기부금을 유치해 대학건물을 짓는 경우가 종종있지만 서울소재 일부대학에 집중되고 있어 지방대학으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형편"이라며 "더구나 기업이 아닌 개인 기부자로부터 거액의 기금을 받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대는 최근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주변에 건립되는 국제교류원 등의 개 관에 맞춰 3월부터 이 회관의 명칭에서 기부자의 법명인 정심화를 떼어내고 `국제문 화회관'으로 변경키로 하자 네티즌, 동문 등으로부터 `숭고한 기부정신을 저버렸다'는 거센 항의를 받고있다.

seoky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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