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경제 잘 나가는데…'경영난' 1·2위 은행 합병설 커져

코메르츠방크 CEO의 합병 긍정적 발언 전해져…도이체방크와 합병론 탄력
합병시 비용절감 및 시너지 효과…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우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트윈타워의 모습 [EPA=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대형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설이 힘을 얻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지엘케는 "(합병을) 내일보다 오늘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주간지 슈피겔이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라서다.

이 소식에 이날 코메르츠방크의 주가와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급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권은 대체로 도이체방크가 자회사인 포스트방크의 투자은행 부문을 구조조정을 한 뒤 코메르츠와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두 은행은 독일 실물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경영실적이 상당히 떨어지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 금융권에서 자산규모 1위인 도이체방크는 최근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고, 자산규모 2위인 코메르츠방크는 2015년 이후 수익성이 하락세다.

이런 탓에 두 은행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보여왔고 신용위험 및 부도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도이체방크의 주가 하락 폭은 39.0%에 달했고 코메르츠방크는 35.1%였다. 유로 지역 은행의 평균 하락 폭인 20.2%를 상회한 것이다.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시장에서 평가한 예상부도확률 역시 유럽에서 경쟁 은행인 BNP파리바 등에 비해 한참 높다.

이런 부진은 무리한 투자금융 사업의 확대와 저금리에 따른 순이자 마진 축소 등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2012년부터 미국계 투자은행을 넘어서기 위해 개인·기업 금융 부문을 축소하고 투자금융 사업을 확대했다가 2015년에 67억9천억 유로(8조8천72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순손실이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감독당국이 파생상품을 강력히 규제하자 유럽의 다른 대형 은행들이 투자은행 사업을 축소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벌인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MBS(주택저당증권)를 불법적으로 판매해 2016년 미국 법무부로부터 72억 달러(8조1천250억 원 )의 벌금을 부과받은 점 등도 부실화의 원인이 됐다.

더구나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디지털 뱅킹 등에서도 뒤처지면서 미래 수익성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이에 도이체방크는 미국과 영국의 투자은행 영업부문을 축소해 직원의 10%인 1만 명을 감축하고 2020년까지 인력의 30%를 줄이기로 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도 매각하고 개인고객 사업부문에 집중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코메르츠방크 역시 2020년까지 직원의 20%인 1만 명을 줄이고 개인고객 사업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두 은행은 2016년 9월께 합병을 논의했지만,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으로는 전환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두 은행의 합병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더구나 독일 내 중소기업금융의 선두주자인 코메르츠방크의 해외 매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제계의 분위기 탓인지 합병설은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합병설·M&A (PG)[최자윤 제작] 일러스트

재무부도 합병에 호의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방크의 지분 15%를 보유해 합병과 관련해 상당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합병 시 비용절감 효과가 큰 데다 두 은행의 수익 기반이 상당히 달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따른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가 합병하면 유럽계 은행 중 HSBC와 BNP파리바에 이어 세 번째로 자산규모가 큰 은행이 된다.

그러나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여 노동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은행의 합병설과 관련해 재무부 대변인은 "은행 간의 전략적인 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