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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과 대인공포 사이…'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송고시간2022-01-17 11:57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국 귀신은 억울한 죽음에서 비롯한다. 갑자기 나타나 누군가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한 맺힌 사연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면 쉽게 사라진다. 반면 일본 귀신은 특별한 사연이 있기보다는 원래 어떤 지역에 존재해온 경우가 많다. 이들은 뚜렷한 자신의 영역이 있고, 침범하면 해친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부키)은 겉으로 드러난 두 나라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콘텐츠를 비교·분석해 그 밑바탕에 있는 정서적·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책이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오늘날 대중문화는 물론 속담과 씨름·스모 같은 전통문화까지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해외 유명 록밴드들이 일본에서 '조용히' 공연한 뒤, 한국에 와서 떼창 문화에 감동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는 매번 반복된다. 일본에서는 유모차 동반 승차가 쓰레기 투기나 음주 승차보다 더 심각한 지하철 민폐로 인식된다. 유모차가 타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밖으로 상대를 밀어내면 이기는 스모의 경기방식은 안팎 구분이 명확한 일본인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한국인들은 '이심전심'이라는 말처럼,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지랖'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사진

[부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의존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특정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을 뜻한다. 심리학계는 화병과 대인공포증을 각각 두 나라의 문화의존증후군으로 본다.

화병을 일으키는 억울함은 객관적인 상황이나 타인의 인식과 무관하게 매우 주관적인 감정이다. 저자는 "주관성은 한국인들의 마음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일본인이 겪는 대인공포증의 특수성은 공포의 방향성에 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니라, 내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데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일본문화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부터 시작해,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국내 연구자들의 책도 여럿 나왔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일본인을 거울삼아 한국인의 습성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려고 시도한다. '내가 아는 일본인은 안 그렇던데?'라고 반문할 독자를 위해 문화연구의 기본 개념을 중간중간 풀어 설명한다.

396쪽. 1만8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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