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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경, 질병 아닌 진화적 적응의 결과"…'완경 선언' 번역 출간

송고시간2022-06-22 18:52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많은 여성이 완경은 우리가 약하다는 증거이고, 여성으로서 존재 의미에 대한 유효 기간 만료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도록 길들여졌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산부인과 전문의인 제니퍼 건터는 신간 '완경 선언'(생각의힘)에서 '폐경기((menopause)'란 용어는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월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중세 유럽 의사들은 '여성이 남성의 열등한 버전'이라는 신념에 의해 구속받았다고 비판한다.

당시 의사 대부분은 월경혈이 독성이 있다고 여겨 유산부터 암, 폐결핵, 광견병 등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등 월경과 완경에 대해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중세 서양 의학이 완경을 단순한 생리적 증상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완경은 단지 여성의 또 다른 잘못이고 두려워해야 할 어떤 것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한다.

또 폐경기라는 단어 자체가 "생애의 성가신 한 단계를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평생의 질병으로 둔갑시켰다"고 덧붙였다.

책은 오히려 완경이 질병이 아니라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완경의 진화적 이점은 할머니들"이라며 완경 이후에도 여성은 손주의 생존에 기여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가족 단위에 부가적인 열량을 요하고 어린아이들은 식량과 거주지를 찾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양육의 어려움을 지적한 뒤 양육의 부담을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존재로 할머니를 꼽는다.

책은 어머니가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자식이 많았다는 아프리카의 한 부족 관련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할머니들이 식량을 찾아다니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에 더 많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완경을 한 여성들이 없었다면 세계는 완전히 달려졌을 것이고 인간의 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짧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완경은 여성의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오히려 강함의 증거라고 말한다.

이 밖에 책은 완경에 동반하는 증상들의 병리적 원인을 설명하고 예방법도 제시한다. 대표 증상인 발열감과 야간 발한의 원인을 설명하고 치료법과 필요한 약품에 관해서도 안내한다.

저자는 2020년 북미 폐경학회에서 미디어 상을 받는 등 여성 건강을 위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희정·안진희·정승연·염지선 옮김. 윤정원 감수. 560쪽. 2만2천 원.

연합뉴스 사진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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