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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비트코인 거래 1위는 미국, 그다음은 어느 나라?

송고시간2021-08-11 07:54

(서울=연합뉴스) "비트코인 거래소 팍스풀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거래량은 나이지리아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 세계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많은 나라로 나이지리아를 소개했습니다.

가디언은 한 블록체인 조사업체 결과를 인용해 지난 5월 나이지리아 이용자들이 24억 달러(한화 약 2조7천500억 원)의 가상화폐를 취득했다고 전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2월 나이지리아 이용자들의 가상화폐 취득 금액 6억8천400만 달러(약 7천850억 원)에서 급증한 수치로 아프리카 최대 경제 규모를 가진 나이지리아에서 가상화폐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영국 BBC가 나이지리아를 비트코인 거래시장의 '글로벌 리더'라고 부르며 나이지리아의 가상화폐 열풍을 주목했는데요.

지난해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나이지리아인의 약 32%가 가상화폐를 거래했다고 답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경제 규모가 더 큰 선진국들을 제치고 나이지리아가 '가상화폐 대국'에 꼽힌 데는 이 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다양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인데요.

지난 2월 나이지리아 정부는 일반 은행 계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가상화폐 이용 고객 계좌를 폐쇄하도록 하는 등 규제에 초강수를 뒀지만 되레 텔레그램 등 음지 거래가 늘어 시장 위험성만 높였을 뿐 거래량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이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는 가상화폐 '광풍'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나이지리아 화폐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입니다.

BBC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나이지리아 화폐 나이라의 가치를 무려 24%가량 평가절하했는데요. 올해도 나이라 가치가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품류 가격 등이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죠.

사업가 마이클 우그우 씨는 미국 CNN에 "2018년 부동산을 매도했는데 나이라 가치 하락 때문에 달러화 기준으로는 손해를 봤더라"며 그때부터 비트코인 거래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가디언은 해외근로자들 송금 등으로 외환 거래가 일상인 나이지리아에서 화폐 가치가 몇 년간 크게 하락하자, 가상화폐가 환율 변동에 대비한 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이처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최근엔 정치적인 요인까지 겹치며 점점 더 많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는데요.

지난해 10월 나이지리아에선 경찰의 잔혹 행위에 항의하며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시위에 폭력적으로 대응했을 뿐 아니라 집회에 관련된 시민단체 등에 경제적 제재도 가했는데요.

시위대 석방이나 집회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구급약품과 음식 등을 위해 모금하던 시민단체와 개인의 은행 계좌를 갑자기 정지시켜 버린 겁니다.

그러자 한 페미니스트 단체는 비트코인 기부를 받기 시작했고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관련 페이지를 SNS에 공유하면서 무려 15만 달러(약 1억7천만 원)의 투쟁 자금 모금에 성공했습니다.

가디언은 지난해 시위 당시 시민단체 등이 계좌 정지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나이지리아인이 당국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대비해 가상화폐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인구 구성에서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젊은 국가'라는 점 역시 나이지리아를 가상화폐 거래시장의 '리더'로 만들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만연한 빈곤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젊은층이 디지털 자산에 빠르게 반응했다는 것이죠.

결국 탄탄하지 않은 경제와 불안한 정국, 그리고 젊은층의 발 빠른 신문물 적응이 나이지리아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는 결과를 낳은 건데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가상화폐 시장. 이 새로운 경제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는 각국 정부가 나이지리아의 가상화폐 경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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