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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50주년> ①총성없는 정보전쟁 첨병들

송고시간2011-05-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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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다음달 창설 50주년
국가정보원 다음달 창설 50주년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다음달 10일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모태인 중앙정보부는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안전기획부(1981~1998년)와 국가정보원(1999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사격 훈련 중인 국가정보원 요원들. 2011.5.29 photo@yna.co.kr

"국익의 현장 지킨다"..영광과 상처의 순간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1. 어둠이 짙게 깔린 A국의 어느 국경지대.

국경선 너머에서 세 차례 랜턴 불빛이 깜빡거렸다. 특수 임무를 위해 파견된 국가정보원 요원들과의 접선을 알리는 국경수비대의 신호였다.

2명의 요원 가운데 한 명이 국경선을 넘었고, 나머지 한 명은 캠코더로 접선 중인 국경수비대원과 동료 요원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순간 동료 요원이 몸을 돌려 뛰어오기 시작했고 수비대원 4명이 뒤를 쫓았다.

이미 몇 차례 거래를 통해 믿었던 국경수비대 간부의 유인작전에 걸려든 것이다. 요원들은 국경수비대원들에 의해 어느새 둘러싸이며 격투가 시작됐다.

요원들의 뇌리에는 순간 "출장 잘 다녀오라"며 인사하던 어린 자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수적으로 열세라고 판단한 요원들은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신속히 현장에서 벗어났다.

#2. 한 요원이 특수임무를 부여받고 제3국에 파견됐다. 현지에서 잘 정착해 명망 있는 독신 사업가로 변모했다.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이 잘되자 주변 경쟁업체로부터 질시와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밤늦게 사무실을 나서다 괴한들의 습격까지 받았다.

사업을 정리해 철수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수차례 받아왔던 터라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맨손으로 저항하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흉기에 찔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손, 발, 등, 배 등 6~7곳에 3~4㎝ 깊이의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격투 소리를 듣고 경비원들이 달려왔고 괴한들은 도주했다.

출혈이 심했던 요원은 옷을 찢어 상처 부위를 감싸는 응급처치를 한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 후 상당기간 치료와 안정이 필요했고 괴한들에 의한 추가 테러 우려도 있었다.

국정원 본부는 신변보호를 위해 철수를 지시했지만 이 요원은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잔류를 희망해 1년 후에 임무를 완수하고 귀국했다.

국가정보원 다음달 창설 50주년
국가정보원 다음달 창설 50주년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다음달 10일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모태인 중앙정보부는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안전기획부(1981~1998년)와 국가정보원(1999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부훈과 국정원 청사. 2011.5.29 photo@yna.co.kr

#3. 1997년 2월13일 요원들이 중국 베이징에 급파됐다.

하루 전날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망명신청을 한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와 여광무역 김덕홍 총사장의 신변보호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황 전 비서의 망명 당일 주중 북한대사관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북한인 150여명을 동원해 우리 공관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일종의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10여 대의 차량으로 우리 영사부 진입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당국의 저지를 받았다. 15일에는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정예 특공요원 수십 명을 베이징에 파견했다.

특히 북한 공작원은 황 전 비서의 망명 와중인 2월1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사망)의 조카인 이한영씨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아파트에서 총기로 살해해 황 전 비서에 대한 테러 위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북한이 우리 공관원이나 저명인사를 납치해 '황 전 비서가 남측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는 허위 자백을 받으려 한다는 첩보도 포착됐다.

이에 따라 요원들은 황 전 비서와 숙식을 같이하며 특급 밀착경호를 했다.

황 전 비서의 숙소 창문에는 저격용 총이나 유탄발사기, 독가스 공격에도 신변보호가 가능한 5㎜ 철판을 설치했다. 군용철모 2개와 방탄조끼 2벌도 본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북한 측 폭탄 차량의 돌진에 대비해 동쪽에 있는 영사부 진입로를 다소 거리상 여유가 있는 남쪽으로 변경했다.

음식물 속 독극물 투입에 대비해 본부로부터 전속 요리사와 함께 검식용 은수저 1벌을 지원받기도 했다.

황 전비서는 '제3국에서 일정기간 체류 후 한국으로 입국해도 좋다'는 중국 정부의 동의에 따라 3월18일 극비리에 필리핀으로 이동했고, 1개월 후인 4월20일 남한 땅을 밟았다.

서울공항에 도착한 황 전 비서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했다고 호언장담하던 나라가 빌어먹는 나라로 전락했다"면서 "북한 당국은 굶주리는 주민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개혁ㆍ개방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4. 1996년 10월1일 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 소속의 국가정보원 직원 최덕근 영사가 귀가 도중 아파트 계단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최 영사는 원통형 물체로 머리를 8차례나 가격당하고 예리한 물체에 우측 옆구리 부분을 찔린 채 현장에서 사망했다.

분주한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자료사진)
분주한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과 금융기관, 주요 인터넷기업 웹사이트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내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트래픽 유발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1.3.4 kane@yna.co.kr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는 외화벌이를 위해 1만2천여명의 북한 벌목ㆍ건설 노동자들을 비롯해 총영사관, 경제대표부, 고려민항 등 각 기관과 상사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최 영사는 극동지역에 진출한 북한 주요 인물과 노동자, 관련 기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대북 정보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에서 최 영사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 영사의 시신에서 독극물이 검출됐고, 이 독극물은 북한의 남파간첩 김동식이 소지했던 독극물과 동일 성분인 것으로 판명됐다.

또 북한은 당시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우리 정부에 의한 조작이라고 호도하면서 "백 배, 천 배 보복"을 위협하며 "빈말이 아니다"라고 공언했었다.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다음달 10일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2001년 9.11 테러에서 보듯 한 국가의 '정보실패'(Intelligence Failure)는 국가안보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

1945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나 1950년 북한군 남침 등도 9.11 테러와 함께 미국의 최대 정보실패 사례로 꼽힌다. 진주만 기습공격의 교훈은 미국이 중앙정보국(CIA)을 창설한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도 국가안보와 국익수호를 위한 정보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대북정보 실패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싸움에서 정보는 생존을 보장하는 무형의 '무기'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정보기관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정원 요원들 역시 이 시각에도 국내외에서 '총성없는 정보전'에 나서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국가안보와 국익의 현장에는 늘 그들이 있었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국정원의 원훈(院訓)처럼 정보요원들의 '무명의 헌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정보원을 활용하는 '휴민트'(Humint)를 비롯해 신호정보(Sigint), 영상정보(Imint) 등 기술정보(Techint)가 총동원된다.

국정원 북한정보실장과 3차장을 역임한 대북 전문가인 한기범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국정원은 대북, 국제정보는 물론 대공ㆍ방첩ㆍ테러ㆍ사이버ㆍ국제범죄 등 국내 보안정보에 이르기까지 국가안보와 국익수호를 위해 안보위협을 색출, 차단하는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요원에 대해 "자칫 방향타를 잘못 잡으면 국가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어 고도의 경각심과 훈련이 필요한 자리"라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맡은 분야 프로가 되려고 불철주야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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