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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수없는 밉상 열전'…금보라 "얼굴이 예쁘니까"

송고시간2014-06-04 06:50

계모 연기 잇달아 히트…"연기 36년, 태어났을 때부터 전성기"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한마디로 화끈한 인터뷰였다. 질문과 답변이 속사포처럼 오갔고, 대화는 정확하고 풍성했다.

현정화와 덩야핑이 주고받던 핑퐁을 관전하던 재미가 이랬을 것 같다.

'얄미운 계모', '한 성격 하는 엄마', '푼수 첩' 등의 역할로 최근 잇달아 히트치는 배우 금보라(53)를 지난 3일 경기 일산 MBC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연기 인생 36년의 이 베테랑은 직설적이면서도 타고난 유머감각을 녹여낸 시원한 화법으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MBC 드라마 '메이퀸'과 '금나와라 뚝딱!',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까지 금보라는 지난 2년여 '밉상'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맡아 인기를 얻는다. 이들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이 높아서 최근에는 '금보라가 밉상 캐릭터를 맡으면 드라마가 뜬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터뷰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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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다시 전성기인 것 같다.

▲ 난 태어났을 때부터 쭉 전성기다.

-- '금보라가 출연해야 드라마가 뜬다'는 말이 있다.

▲ 아이고, 그렇게 생각 안 한 지 오래됐다. 내가 나온 작품이 잘 됐을 뿐이다. 우리가 프리랜서인데 남들이 찾아줘야 하는 거지.

-- 못된 계모를 연기해도 인기다.

▲ 내 얼굴이 예뻐서 그렇다.(웃음) 그런 역할을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옛날 같으면 악역은 CF를 생각도 못하지만 요즘은 악역을 해도 CF 찍지 않나.

-- 그래도 주인공을 구박하는 역할인데 왜 인기일까.

▲ 내가 또 그렇게 악랄한 역은 안 하지 않았나. 그냥 이기적인 엄마 역일 뿐이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내 자식을 위해 물불 안 가리나. 모성을 생각하면 결코 나쁜 엄마 이미지가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보면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밉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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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작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막장 드라마'라 비난받았다. 작품 고를 때 선택 기준은.

▲ 막장이냐 아니냐는 내가 판단할 게 아니고 시청자 몫이다. 우리야 끝을 모르고 드라마를 시작하지 않나. 흘러가는 대로 할뿐. 우리에게 선택권이 어디 있나. 뽑히는 위치지. 이 나이에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뿐이다. 내가 아직도 존재하고 TV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좋은 역할을 기다리면서 고집 피우고 세월을 보낼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기다린다고 손에 뭔가를 쥐여주는 세상이 아니다. 왜 나한테 좋은 캐릭터가 안 올까 생각하기보다 기회는 하면서 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 그래도 착하고 좋은 역할을 맡고 싶은 욕심도 들 텐데.

▲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배부른 소리를 할 게 아니다. 무엇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 역할이 아니다.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면 됐지, 어떤 연기를 하느냐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3가지 조건 중 하나만 맞으면 출연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내게 도움이 되거나, 출연료가 맞으면 한다.

-- 시트콤 '감자별'에서 탁월한 코미디 감각을 발휘했다.

▲ 너무 좋았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심도 있었지만 다른 작품보다는 훨씬 많은 모습을 보여줬고 정말 즐기면서 연기했다. 연기인생 36년에도 배울 게 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병욱 PD의 뇌 속에는 뭐가 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천재 같다. 단순한 이야기도 이렇게 만들어낼 수 있구나 대본을 받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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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에 데뷔했다. 지난 연기인생이 어떻게 흘러간 것 같나.

▲ 난 후회라는 말을 싫어한다. 아쉬움이 남을지언정 후회는 안 한다. 하지만 연기에서는 여전히 지금도 그날그날 연기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 싶으면 잠 못 들고 가슴 아파한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연기한다. 그래야 출연료 주는 사람이 안 아깝지. 젊은 시절에는 내 연기 모니터도 안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니터 안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발전할 수가 없다. 배우로서 나를 또 찾게 하려면 매번 죽을 각오로 연기한다. 난 선천적으로 뛰어난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 없다. 주어지면 뭐든 할 수 있다.

배우는 참 좋은 직업이다. 재벌이 부럽겠나. 일한 만큼 벌고, 적당히 알아봐 주고. 물론 젊은 시절엔 밖에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너무 좋다. 그런 면에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 원래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나.

▲ 정확한 거지. 시원시원하고.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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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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