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모 "발톱 다 드러낸 이방원, 이젠 광기 보일 것"
송고시간2014-06-06 07:01
KBS '정도전' 이방원 역…"연산군 같고 늑대 같은 모습"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열아홉살에는 세종이었고 스무살에는 연산군이었다. 스물여덟에는 내시가 되기도 했지만 서른다섯에 다시 왕자로 돌아왔다. 훗날 조선 3대 왕 태종이 되는 이방원이다.
지난 16년간 연륜과 경륜이 붙었다. 그가 그리는 이방원의 모습에 시청자가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밖에.
안재모(35)가 왕좌를 노리는 이방원 역을 맡아 주말 안방극장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이인임과 정몽주를 제거하고 이제 마지막 3라운드에 접어든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바로 이방원. 안재모는 그런 이방원을 섬뜩하게 연기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그를 인터뷰했다.
"그동안 이방원은 자신을 감추고 조용히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튀어나가 물었어요. 그런데 정몽주를 제거하면서 이제 그는 숨길 게 없어졌어요. 발톱이 다 드러난거죠. 이제는 실체를 다 보여줄 때죠. 살기를 띤 채 먹잇감을 노려보던 이방원이 아니라 이제는 달려나가 다 죽이는 단계입니다. 칼을 뺐으니 휘둘러야죠."
게다가 태조 이성계가 자신이 아닌 한참 어린 동생을 세자로 지명한 상황. 극중 이방원은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다.
"대본을 보니 요즘의 이방원에게서는 연산군의 느낌이 나오더라"는 안재모는 "예전에 내가 연산을 했기 때문에 어찌해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어쩔 수 없다. 비슷하게 보여도 지금의 이방원은 늑대 같은 모습이고 연산처럼 광기가 섞여있다. 그런 광기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15년 전 '인수대비'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그를 두고 지금까지도 많은 시청자들이 '최고의 연산군 연기였다'고 평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방원이 연산군과 겹쳐질까 우려되지만 그는 남은 방송에서 감정을 발산하는 이방원의 모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연개소문' '무신' '근초고왕'도 했으니 안재모에게는 사극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솔직히 사극은 좀 피하고 싶었다"는 그는 "하지만 이방원 역은 안하면 안될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방원은 사람들이 다 아는 캐릭터라 고민을 했어요. 결론은 '이방원을 보여주는 안재모'가 아니라 '안재모가 보여주는 이방원'을 그리는 걸로 내렸죠. 배우마다 표현하는 방식, 내재된 것이 다르니까 이방원이 익히 아는 캐릭터라고 해도 안재모가 연기하는 이방원은 또다른 맛이 나게 하자 결심했죠."
이방원에게서 연산군의 모습이 보일까 우려한다지만 스무살에 연기한 연산군과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서른다섯의 그가 보여주는 이방원이 같을 수는 없다. 같아서도 안되고.
"어릴 때는 그저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였죠. 외모적으로도 나이가 묻어나고 연기적으로도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지금은 재미를 느끼며 하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니까 역할을 가지고 놀면서 하는 느낌이 들죠. 사극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나오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할 수 있어요. 가령 우는 연기도 매번 조금이라도 차별화시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눈빛 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 있어요."
안재모와 유동근은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과 세종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이성계와 이방원으로 만났다. 특별한 인연이다.
"유동근 선배님과는 워낙 작품을 많이 해서 이제는 편안해요. 예전에는 너무 어려운 분이었지만 지금은 아마 제가 선배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몇안되는 후배 중 하나일 겁니다."
그는 선죽교에서 제거한 정몽주 역의 임호에 대해서는 "정몽주가 진지하고 차분한 역이지만 임호 형은 진짜 개구쟁이라 촬영장에서 장난치며 잘 논다"며 "그래서 선죽교에서 죽일 때 솔직히 마음이 아팠다"며 웃었다.
안재모는 연기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카레이서(쉐보레레이싱 소속)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2014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클래스에서는 30분04초257로 3위에 올랐다.
"레이싱은 계속 할 거예요. 아직까지 다친 적도 없고 연봉도 받으면서 하니까 아내도 좋아해요.(웃음) 촬영할 때도 제작진이 많이 양해해줘서 스케줄을 조정해가며 할 수 있습니다."
1996년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해 벌써 연기경력 18년. '야인시대'의 김두한으로 절정의 인기도 경험해보고 내리막도 겪어봤다.
"이제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습니다. 작은 역이라도 제가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역을 통해 색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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