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해적? 돌파구를 찾고 싶었어요"
송고시간2014-07-24 14:29
영화 '해적'서 허세 가득한 산적역…"밝은 로코는 아직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공백기 이후 연기 활동에서 개인적인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 실패를 만회하고 돌파구를 찾고 싶었어요."
배우 김남길(33)은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영화 '해적'을 선택하게 되기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과정을 24일 담담히 털어놓았다.
김남길이 제대 직후인 작년 촬영한 KBS 드라마 '상어'는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입대 전 영화 '미인도'(2008)와 MBC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서 거둔 화려한 성적과 비교하면 더 도드라지는 부진이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상어'를 촬영하면서 시청률이나 숫자로 표현되는 그런 부분들보다는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실패가 가장 컸다고 생각했다. 많은 딜레마에 빠졌고 연기에 대한 두려움도 느꼈다"고 밝혔다.
그가 코믹 액션 영화로 눈을 돌리고 특유의 깊은 눈빛과 야성미를 간직한 캐릭터를 내려놓고 웃음기로 무장한 캐릭터인 장사정을 선택한 이유다.
영화에서 엄숙한 것은 장사정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뿐이다. 무사 출신의 장사정은 끝까지 고려를 등지지 않으려 하다가 조선 건국세력을 피해 산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는 '송악산 미친 호랑이'로 불리며 소규모 산적단을 이끄는 두령이지만 번번이 도적질에는 실패하고, 어떤 일에도 "괜찮다, 다 괜찮다"만 반복하다가 산적들로부터 구박받는 허세 가득한 사나이다.
'선덕여왕'에서 잠깐 보여줬던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매력의 비담보다 훨씬 허점이 많고 재기로 가득 찬 캐릭터다.
"저와 장사정은 긍정적인 성격의 오지랖이나 '허당' 느낌이 비슷하다"는 설명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김남길은 60분 인터뷰 내내 장사정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목소리와 자세를 쉼없이 바꿔가며 이석훈 감독과 손예진, 박철민 등 동료 배우들을 흉내 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촬영현장에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김남길의 색깔이 너무 어둡고 무거운 쪽으로 한정돼 있는 건 아닐까.
"솔직히 누아르 멜로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기본적으로는 량차오웨이(양조위·梁朝偉)가 갖고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롤모델로 잡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색깔의 역할이 들어오면 '바로 이 캐릭터야'라면서 좋아했는데 그게 패착이었나요? 하하하."
그는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작품에 출연할 의사를 묻자 "아직 밝은 로맨틱 코미디들은 어렵다. 무거운 장르에서도 연기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연기하게 되면 로맨틱코미디나 가벼운 것들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남길은 '해적'이 최민식·류승룡의 '명량'과 하정우·강동원의 '군도', 김유석·박유천의 '해무' 등 또다른 대작들과 맞붙는 데 대한 특유의 솔직하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사실 '해적'이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마음이 편했어요. 사람들이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는 게 더 좋지 않나요?(웃음)"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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