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 프랑스에서 이슬람 혐오 발언을 한 TV 진행자가 출연정지 징계를 받아 정치권 안팎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24시간 뉴스채널 'i텔레'의 진행자 에릭 제무르(56)는 최근 이탈리아 신문과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500만명의 무슬림을 추방하지 않으면 격변이나 내전에 빠질 것"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강경 보수론자인 그는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에 "프랑스에서 무슬림 인구를 제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전제 아래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런 내용은 좌파전선(PG) 대표인 장뤽 멜랑숑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면서 시민단체의 반발과 해당 방송사의 출연정지 결정으로 이어졌다.

멜랑숑은 제무르가 프랑스 이민 2,3세까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추방을 촉구한 것은 무책임한 언사라고 공격했다.

프랑스에서는 '추방'(deport)이라는 단어가 나치 시절 유대인 수용소로의 강제수용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은 고조됐다.

집권 사회당의 고위인사들도 제무르가 국민 12명중 1명꼴인 무슬림 이민자의 본국추방을 언급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무르가 정치논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RTL 라디오 방송의 언론인들도 그의 이슬람 혐오 발언을 문제 삼아 출연정지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과 일부 좌파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제무르에 대한 징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파리정치대학 출신의 제무르는 반이민, 반여권 운동을 지지하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쟁을 유발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 25만 부가 팔린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프랑스가 이민과 여성운동, 동성애, EU 자유무역, 과도한 유대인 학살 죄의식 등으로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에는 이민자 유입을 비판하며 로마제국 몰락 직후와 같은 야만민족의 유럽 침탈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해 설화를 빚었으며, 브라질 월드컵 때는 터키와 북아프리카 이주민을 대표팀에 포함한 독일은 우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제무르는 이번 논란과 관련, 문제의 인터뷰에서 '추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일이 없으며 자신을 둘러싼 모함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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