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中 박람회 하루 앞둔 중국 단둥 '활기'
송고시간2015-10-14 18:45
북한 상인들 북적…호텔·여관 등 숙박시설도 '박람회 특수'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제4회 중·조(朝:북한)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이하 북·중 박람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났다.
북·중 간 유일한 종합박람회 개최를 맞아 북한에서 대표단 400명이 단둥을 찾았고 중국 전역에서 양국의 변경무역 바람을 타려는 업체들이 앞다퉈 참가를 신청해 온 도시 전체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오전 7시20분 랴오닝성 성도 선양(瀋陽)을 출발해 오전 9시께 단둥에 도착하는 고속철이 만석 상태로 운행하면서 단둥역은 아침 일찍부터 수천명의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단둥역 광장의 랜드마크인 대형 마오쩌둥(毛澤東) 동상 부근에는 북·중 박람회 개막을 알리는 홍보 안내판이 들어섰고 북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역 건너편 고속버스터미널 안에 자리잡은 북한식 식당은 박람회 기간 5명 이상의 단체 손님만 받는다며 혼자 온 손님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단둥시내 호텔, 여관들 역시 모처럼의 특수를 맞았다.
단둥 신개발지의 한 5성급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600위안(약 11만 원) 정도로 비싼 편임에도 박람회 기간(15∼18일) 객실이 거의 매진됐다.
이보다 훨씬 저렴한 단둥시내 90위안(약 1만6천 원)∼150위안(2만7천 원) 정도의 장급여관들도 손님들을 맞느라 접수 직원들이 종일 바쁜 모습이었다.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역전 임시 파출소 보안초소에는 소형화기를 든 무장경찰이 오가는 행인들을 유심히 살피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편, 단둥시청 인근 북한 선양총영사관 산하 단둥대표부 건물에는 오전 내내 북한의 '무역 일꾼들'이 찾아와 서류 절차를 밟는 모습도 목격됐다.
단둥대표부는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 격인 신압록강대교 완공에 대비해 최근 대교 입구 보세창구 부근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대표부 마당에서 만난 북한 무역일꾼들은 한국 기자를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맞았으나 취재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박람회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잘 모른다", "기자들을 맞이하는 부서는 따로 있다"며 답변을 피했고 아예 입을 다무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일꾼은 "내일 박람회 때 꼭 와서 공화국 물건을 보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박람회장인 신개발지 궈먼(國門)항 광장은 개장을 하루 앞두고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궈먼항은 '나라의 문'이라는 명칭이 말해주듯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옛부터 한국과 중국의 변경민들이 국경무역을 해온 현장이다.
또 조선시대 명·청나라로 향하는 사신들이 이곳을 거쳐 중국땅을 처음 밟았다.
'호시'(互市)라 불린 국경무역은 구한말까지 유지됐으나 일제 강점으로 중단된 후 최근 100년 만에 부활했다.
경제침체에 시달리는 중국 지방정부가 경제촉진책의 하나로 호시무역구 재개를 채택하고 북·중 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단둥에 대해 지난 7월 무역구 운영을 승인했다.
북한 상인 300여 명이 궈만항 광장 안에 마련된 100여 개의 부스에 상품을 전시하고 창고에 물건을 쌓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단둥 외에 베이징(北京), 쓰촨(四川), 네이멍구(內蒙古) 등 중국 국내 타지 상인들도 대거 참가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저성장 기조이다보니 탈출구를 찾는 상인들이 북·중 박람회를 주목하고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 외에 대만, 홍콩, 파키스탄, 몽골, 태국, 이집트, 러시아 등지의 상인들도 참가 신청하고 부스를 정돈했다.
광장 뒷마당에 마련된 단둥해관(세관)의 출장소에는 박람회 참가 외국 상인들이 몰려 가져온 상품의 통관절차를 밟았다.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 상인들은 통관을 마친 물건들을 서둘러 업체별 부스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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